포항 스틸러스의 '가을 남자' 박성호(31)가 특별한 날 특별한 골을 선물했다.
포항은 지난 5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31라운드 수원과 홈경기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박성호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 드라마를 써냈다.
포항은 전반 17초 만에 수원의 중앙 수비수 곽광선의 자책골로 행운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정대세에게 2골을 내주며 패배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후반 추가시간은 3분이 주어졌고, 2분이 흘렀다.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만 남은 상황. 기적이 일어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황지수의 크로스가 올라왔고, 박성호가 머리에 정확히 맞히며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환호했고 수원은 주저앉았다.

포항은 이날 무승부로 안방에서 수원 천적의 면모를 유지했다. 수원전 5연승에 제동이 걸렸지만 지난 2004년 12월 8일 이후 14경기(8승 6무) 연속 안방불패를 이어갔다.
주인공은 '가을 남자' 박성호였다. 지난달 28일 인천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드라마 같은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당시 박성호는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31분과 추가시간에 2골을 몰아치며 포항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안긴 바 있다.
이날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성호는 "2경기 중 1경기가 결승골이 됐으면 기쁨이 더 컸을 텐데 동점골이라 기분을 표현하기가 그렇다"며 멋쩍게 웃은 뒤 "많이 아쉽긴 하지만 승점 1점을 챙긴 것은 위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호는 가을 들어 득점력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신기하리만큼 똑같은 페이스다. 올 시즌 FA컵 준결승 결승골을 포함해 9월, 10월에만 6골을 터트렸다. 명실공히 '가을 남자'로 거듭난 셈이다.
박성호는 이에 대해 "긍정의 힘이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 멀티골이 나오면 그 다음 경기부터 좋은 페이스가 이어졌다. 1경기 1골을 넣으면 쫓기는 경향이 있다. 멀티골을 넣으면 여유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박성호가 득점도 계속 하고 있고 컨디션도 좋기 때문에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면서 "후반기에 더 잘하는 이유는 나도 궁금하다. 피지컬이 좋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고 나면 페이스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호는 이날 경기 전 홈팬들에게 1000개의 치킨스낵랩을 선물했다. 그의 통 큰 한 턱에 관중석엔 웃음꽃이 피웠다. 그리고 박성호는 각본 없는 드라마까지 상영하며 홈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특별한 날 그래서 더 특별했던 골이다.
박성호는 "물론 홈팬들에게 다시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나 말고도 하고 싶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면서 "부산전에는 노병준 선수가 예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고 싶다"라며 재치있는 대답을 내놨다.

포항은 이날 부산을 잡은 울산에 골득실에 뒤지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가을 남자' 박성호가 있기에 두렵지 않다. "2, 3위에서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우승 경쟁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박성호는 "선두에서 잠시 한 발 물러선다고 해도 결코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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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