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호랑이상? '관상' 속 관상학 보는 묘미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10.06 08: 52

내 얼굴은 호랑이상일까, 이리상일까? 아니면 황금비율의 완벽한 상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속 내경(송강호 분)은 처남 팽헌(조정석 분)에게 말한다. "목젖이 튀어나와 성질을 못 이겨 분풀이를 하다가는 인생을 망칠 것이다"라고. 결국 팽헌은 내경의 말처럼 성질을 못 이기고 한 돌발 행동으로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영화를 본 후 한번쯤은 자신의 얼굴을 살펴 본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경(송강호 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내 얼굴이 완벽한 상을 가지고 있는지, 재물운은 있는지, 건강할 상인지 혹은 성공할 상인지 차근차근 살피며 영화의 여운을 길게 마음에 담았을 것. 아니면 바로 관상가를 찾아가 얼굴의 생김새를 요목조목 따져보는 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 속 천재 관상쟁이 내경의 말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이 남는다.

이런 영화의 여운을 풀어주기 위해 소설 '관상'(작가 백금남)이 출간됐다. 소설 '관상'은 영화화와 함께 진행된 작품이지만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지는 않았다. 더 치밀하고 자세하게 내경을 비롯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작가가 관상쟁이는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관상학의 디테일이 재미있게 살아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끈다.
소설은 관상을 통해 역사의 격랑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자들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려는 욕망의 군상들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제한된 장르인 영화보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촘촘히 그리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 특히 1권은 영화에 없는 일종의 프리퀄이다. 내경이 어떻게 관상쟁이가 됐는지, 누구에게서 관상을 배웠는지, 한명회와는 어떤 관계인지 등이 설명돼 있다. 
소설 속 치밀한 디테일에는 관상학을 배우는 재미 또한 숨어 있다. 영화에서 내경이 알려주는 호랑이상의 김종서(백윤식 분)와 이리상의 수양대군(이정재 분)외에도 십이궁도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눈과 코, 이마, 입술 등의 생김새와 비율은 어떤지, 그래서 나는 어떤 운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미래를 가지고 있는지.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거울 앞에 앉아 얼굴을 살펴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소설은 영화보다 더 깊이 있게 관상학에 대해서 파헤치고,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읽는 재미 이외에 관상학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하나 더 안긴다.
한편 백금남 작가는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십우도', '탄트라',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 '소설 신윤복' 등을 발표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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