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파이팅!"
장내 아나운서가 "러시아, 빅토르 안"을 소개할 때마다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심지어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보다 더 큰 환호성이었다. 관중들은 '빅토르 안'의 등장에 "안현수!"를 외치며 응원했다.
'빅토르 안' 안현수(28, 러시아)가 귀화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다. 안현수는 5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2014 삼성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 셋째날, 남자 1500m와 500m서 각각 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2011년 8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한국 쇼트트랙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안현수는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해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르며 널리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국내 쇼트트랙 파벌다툼에 휘말려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바 있다.
'빅토르 안'이라는 러시아 이름으로, 러시아 국가대표팀으로 고국을 방문한 안현수의 심경은 복잡해보였다. 링크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메달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도 거부하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팬들은 변함없이 안현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애국심이 유독 강하게 적용되는 스포츠에서, 귀화 선수가 이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받는 것은 쉽게 보기 힘든 일이다. 안현수가 등장할 때마다 팬들은 목놓아 안현수의 이름을 외쳤다. 한국 선수들보다 더 큰 함성이 안현수에게 쏟아졌다.
이날의 마지막 경기였던 500m 결승 때는 한층 더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찰스 해믈린(캐나다)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안현수의 우승이 점쳐지는 경기였다. 예상대로 안현수는 일찌감치 위다정(중국)과 선두를 다투며 앞으로 치고 나갔고, 결국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한국의 박세영은 동메달을 따냈다.

레이스 내내 팬들의 함성과 응원은 안현수를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현수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흡사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것처럼 박수가 터져나왔다. 아직도 팬들에게 있어 그가 '빅토르 안'이 아닌 '안현수'로 기억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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