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 평가? '재미없다' vs '몸풀었다' 저마다 제각각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0.07 07: 35

[OSEN=박현민, 황미현 기자] 케이블이 뭐 어때서? tvN '응답하라1997', '꽃보다 할배' 등이 연달아 흥행하자 케이블은 자신감이 붙었다. 여태껏 지상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박 시트콤 제작을 위해 '시트콤계의 거장' 김병욱 PD와 손을 맞잡고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를 출격시킨 것도 이런 자신감의 연장선상이다.
'감자별'은 현재로 방송 4회째, 결과는…아직이다. 하지만 4회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없다'는 쪽에 힘이 더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여전히 '김병욱표 시트콤'의 웃음내공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도 많다.
'감자별'의 평가가 엇갈린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감자별' 초반부에 "재미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낸 OSEN 황미현 기자, 그리고 "초반부진은 김병욱표 시트콤의 통과의례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평가한 박현민 기자가 각자의 논리로 입장을 펼쳐냈다. *편집자주

# '감자별' 재미있다고? 글쎄..딱히 끌리진 않아
그렇다. '감자별'은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하이킥 시리즈' 등 수많은 시트콤 걸작을 만들어 낸 김병욱 PD의 작품이다. '믿고 보는' 김병욱PD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 컸던 것일까. 4회까지 진행된 '감자별'의 초반 인상은 대박 시트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감자별'은 시작부터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인물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하지만 뚜렷한 개성은 오히려 독이 된 듯 하다. 전립선염에 고통받는 노수동(노주현 분)의 연기는 웃음보다는 너무 자주 등장하는 '소변신'으로 거부감을 줬고, 독특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일상 속 '흔한' 캐릭터가 아니라 공감을 사기 힘들었다.
김병욱PD의 앞선 작품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흔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웃음 코드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공감도를 선사한 것에 반해, 이번 '감자별'은 어쩐지 그 반대다. 캐릭터와 상황, 적절한 웃음 요소 위에 사회 풍자를 얹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회 풍자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위에 과한 웃음 코드를 입힌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나진아(하연수 분)가 고졸 무급 인턴 사원으로 '콩콩'에 입사, 명문대 졸업생들과 경쟁하는 모습이 메인 스토리였다. 웃으려고 채널을 켰다가 씁쓸함만 안고 간 셈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장르가 다큐냐'는 쓴 소리도 내뱉을 정도. 초반부터 다소 무거운 주제 의식을 가진 '감자별'이 명성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감자별'은 주연 하연수의 발목 부상으로 일일 시트콤에서 부득이하게 잠시동안 월,화 시트콤으로 방영되고 있다. 인물 소개 등 시청자들에게 끊임 없이 눈도장을 찍어야 관심이 생기는 시트콤의 성격상, 맥이 툭툭 끊기는 상황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에는 힘이 부치기 마련이다.
'감자별'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캐릭터의 반전 매력으로 큰 웃음을 줬던 지난 시트콤을 마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날 오후 방송분에서는 '떡값 촌지'가 등장하는데, 또 한 번 사회 풍자 위에 억지 웃음이 덧입혀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앞선다.
# '감자별' 재미없다고? 조급해하지마…곧 터진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시트콤계의 거장' 김병욱 PD가 자신있게 방송 첫 주 웃음폭탄을 예고했지만, 사실상 불발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웃음 포인트는 알겠지만, 보는 이의 성대를 울려 웃음소리를 외부로 터지게하기엔 역부족이다. '감자별', 실패한 걸까?
조심스레 생각해보면 '감자별'은 김병욱 PD의 최근 작품 중 '하이킥' 시리즈를 닮았다. 그 중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과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초반 등장하는 불우한 환경의 하연수는 신세경과 겹쳐보이고, 묘한 정신구조를 가진 서예지는 황정음이 떠오른다.
스펙, 고졸인턴의 차별, 어린이 유괴, 연쇄 살인, 소행성의 접근과 그에 따른 종말론 등 단 4회만에 작품속에 등장한 소재들이 가볍진 않다. 이는 시트콤을 보며 생각없이 실컷 웃고 싶은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요소다.
근데 과거를 떠올려보면 '지붕킥'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신세경이 등장했을 당시 '시트콤이 왜 이리 진지하냐', '무겁다', '드라마 수준' 등의 비난이 상당했다. 하지만 초반에 자리잡힌 이 캐릭터 덕분에 '지붕킥'은 여느 시트콤과는 다른 궤도를 그리며 더 큰 웃음을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의 '감자별'도 그런 웅크림의 과정이다. 미니시리즈와 달리 무려 120회 분량의 호흡을 안고 있는 시트콤이다. 물론 주4회 분량이 하연수의 부상으로 주2회로 조정돼, 극 초반 꼭 필요했던 빠른 호흡을 놓친 점은 못내 아쉽다.
카메오의 출연, 사회 문제, 끊임없이 등장하는 복선, 개성이 강한 캐릭터의 향연…'감자별'은 이전 김병욱 PD 시트콤의 공식을 착실하게 답습하고 있다. 물론, 그 소재를 다루는 점에 있어서 무게를 덜고, 웃음요소에 더 초점을 맞췄다.
'감자별'은 총 120회 분량에 이제 겨우 4회가 지나갔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웃음이 번지고, 다음날 아침에 학교·직장의 필수 수다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의 웃음은 아직 부재지만 지금의 행보라면 '감자별'도 '지붕킥'의 영광을 재현해 또 한 번의 대박 시트콤을 일궈낼 수 있지 않을까? 김병욱 사단의 능력과 가능성에 기대를 한 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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