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빈, "안현수형? 토리노 때 만큼 올라왔지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0.07 07: 05

"(안)현수형 몸상태는 토리노 때만큼 올라온 것 같다. 하지만 남자부 다른 선수들도 모두 기량이 더 좋아졌다. 이제는 전력 평준화의 시대다."
4년 만에 안방을 찾은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심석희(16, 세화여고)와 김아랑(18, 전주제일고)이라는 두 명의 2관왕을 배출한 것과 달리, 남자 대표팀은 안방에서 '노 골드'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지난 1차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서도 부진이 이어지면서 남자 대표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장 이한빈(25, 서울시청)은 아쉬움 없는 대회였다고 단언했다.

▲ 월드컵은 올림픽 전초전, 실패도 많이 해봐야
부진한 성적에 언론 앞에 나서는 것도 자제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은 여자 대표팀 전원과 최광복 감독만으로 진행됐다. 윤재명 남자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버스에 올랐다.
계주 결승 좌절의 충격이 컸다. 남자 대표팀은 이날 열린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6분56초656의 기록으로 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준결승을 치른 한국은 후위를 지키며 여유롭게 레이스를 이어갔고, 8바퀴를 남겨놓고 선두 러시아와 순위 다툼을 벌일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준결승 진출은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5바퀴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신다운이 교체되는 순간 마커에 걸려 넘어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마커에 걸려 넘어진 신다운은 보호매트까지 미끄러졌고, 선두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결국 한국은 러시아-영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 마지막 금메달 획득의 기회를 놓쳤다.
실망도, 아쉬움도 가장 큰 것은 선수들 본인이다. 하지만 이한빈은 "올림픽 전초전 아닌가. 실패도 많이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경기를 다양하게 운영해봐야한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이한빈은 "이번 대회는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 대표팀 들어와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고,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특히 안방인 한국에서 열린 대회다보니 많은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색다른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시즌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많이 오실거라고 생각 못했다. 응원 소리에 다른 선수들이 기가 죽는 것 같았다"며 미소를 보인 이한빈은 "어차피 올림픽 가면 (노)진규 없이 개인전을 치러야한다. 이번 대회는 그런 올림픽 상황을 미리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안현수, 몸상태는 토리노만큼... 문제는 '평준화'
한편 이번 대회에서 함께 경쟁한 안현수(빅토르 안, 28)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한빈은 "(안)현수형은 내 롤모델이다. 이번에 뛰어보면서 1500m 같은 경우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단, 1000m는 역시 (내가)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경쟁한 소감을 전했다.
함께 뛰어본 이한빈은 안현수의 몸상태가 토리노 때만큼 올라왔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남자부의 전력 평준화 현상이다. 이한빈은 "현수형도 토리노 때만큼은 올라온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몸상태가 다 올라갔다. 평준화가 된 만큼 곽윤기나 노진규같은 한국 선수들도 '우리가 당연히 1등한다'는 생각을 안한다"며 "우선 목표는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다. 메달은 그 후에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이벌로는 변함없이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베테랑' 찰스 해믈린(캐나다)을 꼽았다. "1, 2차 대회 해보고 느낀건데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이한빈은 "함께 경기해보니 단점이 보이더라. 기량만 좀 더 올라오면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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