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박병호-김현수, 팀 운명 쥔 4번 타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07 06: 00

페넌트레이스 성적과 파급력으로는 1년 선배 쪽으로 기운 감이 크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무한 선배와 달리 1년 후배는 가을야구에 있어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다. 2013 준플레이오프는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7)와 두산 베어스 가을야구 4번 타자 김현수(25)의 방망이에 팀 성패가 달렸다.
페넌트레이스 3위 넥센과 4위 두산은 오는 8일부터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LG와의 플레이오프 상대를 결정짓는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서는 넥센이 9승7패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넥센은 목동 안방에서 6승2패로 강한 면모를 비췄다. 넥센이 두산과의 맞대결 전적을 앞설 수 있던 이유다.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올 시즌 국내 최고 거포로 입지를 굳힌 넥센 4번 타자 박병호의 두산전 활약상. 그리고 시즌 말엽부터 두산 4번 타자로 출장 중인 김현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박병호는 2005년 성남고 졸업 후 LG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1년 7월 넥센으로 트레이드되었고 이후 팀 부동의 4번 타자가 되었다. 2006년 신일고 졸업 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2008년 3할5푼7리의 타율로 약관의 타격왕이 되며 탑 클래스 컨택 히터로 자리잡았다.

박병호가 2년 반 동안 넥센의 붙박이 4번 타자였던 데 반해 3번 타자가 익숙했던 김현수는 시즌 말부터 4번 타자로 출장 중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128경기 3할1푼8리(8위) 37홈런(1위) 117타점(1위)으로 정확성까지 겸비하며 올해 최고의 거포가 되었다.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발목 부상을 안고 분투한 김현수도 3할2리 16홈런 90타점(5위)를 기록하며 호성적을 올렸으나 단순 성적만 보면 일단 박병호가 우위에 있다.
일단 상대 성적은 둘 다 좋다. 올 시즌 박병호는 두산 상대 16경기 4할 5홈런 21타점으로 8개 구단 중 상대 타율이 가장 높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던 9월29일 목동 경기서 박병호는 3홈런 7타점을 쓸어담으며 두산에 ‘반드시 피해가야 하는 타자’ 이미지를 심었다. 김현수도 넥센을 상대로 16경기 3할4푼5리 3홈런 14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김현수는 올 시즌 넥센의 1선발 브랜든 나이트를 상대로 1홈런 포함 11타수 10안타(9할9리), 게임에서나 볼 법 한 최고 천적으로 활약했다.
변수도 확실히 크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출장 자체가 2005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포스트시즌은 단순한 페넌트레이스 연속 경기와는 다르다. 팬과 미디어의 집중도가 페넌트레이스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큰 경기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박병호 본인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으나 질이 다른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다면 커다란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대한 부담감을 이긴다면 이는 박병호에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김현수는 팀이 페넌트레이스 5위에 그친 2011년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꾸준히 두산의 주력 타자로 그라운드에 섰던 타자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상대 시프트에 고전하며 20타수 1안타로 침묵했고 팀의 준우승으로 이어진 5차전 1-2-3 병살타 등 아픈 기억도 많지만 잘했던 기억도 많았다. 경기 경험이 확실히 많은 김현수지만 변수는 발목 상태다. 김현수의 시즌 막판 슬럼프에 대해 김진욱 감독은 “타순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밸런스가 약간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격 밸런스에 있어 무게 중심을 잡는 하체는 필수 불가결한 부위. 그러나 김현수는 지난 4월2일 잠실 SK 홈 개막전서 펜스 플레이를 하다 발목 부상을 입은 뒤 이를 계속 안고 뛰고 있다. 선수는 괜찮다며 투혼을 발휘 중이지만 최근 슬럼프가 타격 밸런스와 연관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팀에서 반드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 김현수를 제외하고 경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은 팀 내에서 가장 좋은 타점 양산 능력을 보여준 타자다. 박병호가 없는 넥센과 김현수가 없는 두산은 팬들의 불안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타선에서 가장 믿어야 할, 믿을 수 밖에 없는 두 4번 타자의 대결에 플레이오프행 티켓 향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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