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개인적인 기록도 썩 좋지 않은 SK였다. 결국 그런 개개인의 부진은 팀의 6위 추락이라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성적이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이다. 2014년 반등을 꿈꾸는 SK에는 하나의 희망적 요소가 될 수 있다.
SK는 올 시즌 팀 성적 못지않게 개인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한 편에 속했다. 주축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전반기 부진이 전체 성적을 갉아 먹는 요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SK는 올 시즌 두 명의 3할 타자(최정 김강민)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 정도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축에 속한다. 나머지는 평균자책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드러났다.
하지만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상당 부분이 달라진다. 특히 타선이 그렇다. 김강민(.325) 박정권(.315)이 그 반전의 주역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박재상도 3할3푼3리, 정상호도 3할4리라는 좋은 분위기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홈런에서도 최정 박정권 김강민이 10위권 내에 안착했다. 기회를 만들고 해결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SK의 타선도 한 때 힘이 붙었다.

마운드에서도 윤희상이 후반기 역투를 거듭하며 2.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수로는 이재학(NC·2.63)에 이어 가장 빼어난 수치였다. 5선발로 자리를 잡은 백인식도 9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반기에 비해서는 경기 운영이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희상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4.85, 백인식은 4.58이었다.
불펜은 반전을 거듭했다. 박정배의 가세 후 필승조 라인이 잡히며 한 때 위용을 떨치기도 했다. SK에 입단한 뒤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5.02였던 진해수는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3.81까지 떨어졌고 임경완 이재영 등의 선수들도 전반기에 비해서는 훨씬 더 좋은 성적과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시즌 막판 김빠진 경기가 계속되며 긴장감이 풀렸고 부상자 탓에 시즌 막판 불펜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내년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는 SK의 주축 선수들이 아직 건재하다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타선의 경우가 그렇다. 다만 올 시즌 전반기에는 몇몇 악재 때문에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고 압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도 있었으며 들쭉날쭉한 출전시간에 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선수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안정을 되찾자 공교롭게도 선수들의 성적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해의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부상 관리에 힘쓴다면 내년에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30줄을 넘겨 신예 발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SK지만 아직은 좀 더 주축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겨우 내내 선수들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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