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시즌 맹활약한 국내 3대 우완이 있었다. 한 명은 그해 17승을 거두고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서 10이닝 노히트 역투를 펼쳤던 배영수(32, 삼성 라이온즈)였고 또 한 명은 최하위 롯데에서 선발-마무리를 오간 손민한(38), 그리고 12승-162탈삼진(당시 1위)을 올린 두산 에이스 박명환(36)이 3대 우완으로 꼽혔다. 이 중 배영수를 제외한 두 명의 베테랑이 갓 신생팀 꼬리표를 뗀 NC 다이노스에 6개월 시간 차를 두고 둥지를 틀었다.
NC는 지난 5일 공개 트라이아웃을 펼치며 선수로서 복귀를 노린 박명환과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원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NC 선발-중계-마무리를 오간 손민한이 지난 4월 맺은 계약과 동일한 조건이다. 2011시즌 후 롯데에서 방출된 손민한은 올 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28경기 5승6패9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43으로 활약했다. 전성기는 지났으나 경험과 수싸움 능력을 앞세운 특유의 기교투로 NC 투수진 안정화를 이끈 맏형이다.
손민한 가세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동시에 후배 투수들에게 경기 운영 능력을 직접 전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데려오는 효과까지 얻은 NC는 어깨 부상에서 벗어나 재기를 노리는 박명환과 계약을 맺었다. 1996년 두산의 전신 OB에서 데뷔한 이래 2011시즌 후 두 번째 팀 LG에서 방출당하기 전까지 통산 102승을 올린 박명환은 150km 이상의 직구와 국내 최고급 슬라이더를 앞세워 닥터K로 명성을 떨쳤다. 서문에 언급했던 것처럼 2004시즌 국내 3대 우완 중 한 명으로 꼽힌 데에는 기록 이상의 압도적인 투구 내용 효과가 컸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두산에서 박명환을 직접 주력 선발로 출격시켰던 지도자. 그만큼 그의 투구 스타일과 훈련에 임하는 태도 등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창단 후 1군 첫 해 7위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데에는 손민한의 공헌도도 무시할 수 없던 만큼 또 한 명의 베테랑인 박명환을 가세시켜 젊은 팀에 경험이라는 색깔을 더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박명환도 손민한과 마찬가지로 어깨 부상과 수술 전력을 지녔다. 2008시즌 중 미국으로 건너가 어깨 수술을 받았던 박명환은 이후 4시즌 동안 1군에서 단 4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2011~2012시즌은 2군에서만 있었다. 연봉 5억원에서 사상 전례가 없던 90% 삭감의 아픔도 겪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던 베테랑이다. 그만큼 현역 복귀에 대한 열망이 컸던 투수라 NC행은 손민한 케이스처럼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다른 점도 확실하다. 손민한이 파워피처가 아닌 제구력과 수싸움, 경기 운영 능력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였다면 박명환은 전성 시절 기교파 투수가 아닌 뛰어난 정통파 파워피처였다. 최고 153km의 직구와 손쉽게 140km를 넘기는 빠른 슬라이더로 타자에게 ‘알고도 못 치는 투수’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나 어깨 부상-수술-구위 저하의 과정이 이어지며 결국 박명환은 방출 칼날까지 맞았다. 재기를 위해서는 구위 회복에 집중하는 것과 더불어 나이도 있는 만큼 기교파로의 변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NC는 박명환을 내년 1군에서 당장 쓰기 위해 데려왔기 때문이다.
LG에서의 마지막 1군 시즌이던 2010년 박명환은 “손민한 선배의 기교투가 내가 추구하는 롤모델투다. 민한 선배처럼 기교파 투수가 되어 반드시 재기하고 구위도 되찾겠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아쉽게도 3년 전 이 꿈은 LG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신천지 NC에서 재기를 노리는 박명환. 그는 올해 손민한처럼 2014년 뜻깊은 복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