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이랬든 저랬든 올해도 BIFF는 끝난다. 지난 3일 개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는 총 70개국 301편의 영화들이 BIFF를 찾아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 배우 한효주, 하지원, 김선아, 유아인, 천정명, 구혜선, 강소라, 고아라, 엄태웅, 탑(최승현), 이준, 김소연, 조여정 등과 오다기리 조, 마에다 아츠코,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 일본을 비롯해 부탄, 카자흐스탄 등 약 300여명의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들이 자리를 빛낸 개막식에 이어 4일부터 본격적인 영화의 향연이 펼쳐졌다.

올해로 18번째 열리는 BIFF는 한눈에 봐도 예년에 비해 한층 늘어난 해외 언론과 해외 영화 관계자, 그리고 해외 관광객들의 규모 면에서 회를 더할수록 고조되는 위상을 확인케 했다. 하지만 그 위상에 걸맞은 내실을 자랑하는 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BIFF와 가장 깊숙이 연관된 국내 관계자들과 언론의 목소리다.
개막식 당일 불거진 강동원의 '더 엑스'(감독 김지운) GV(관객과의 대화) 불참 논란부터 개막식 레드카펫 여배우들의 노출을 겨냥한 쓴 소리, 고질적인 취재 환경의 문제 등이 반환점을 돈 올해 BIFF의 아쉬운 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제 폐막을 닷새 남긴 제18회 BIFF의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정리해본다.
나쁘거나! BIFF는 18살, 아직은 미성년자
# 첫날부터 잡음, 승자 없는 강동원 사태의 씁쓸함..
강동원과 CGV, 그리고 BIFF 측이 모두 찝찝한 부산의 기억을 공유하게 됐다. 개막일부터 3일간 이어진 '강동원 불참 사태' 때문이다. 개막식이 열리던 3일 언론을 통해 촉발된 이번 사태는 강동원 측에 이어 BIFF의 남동철 프로그래머, CGV 측이 차례로 공식 입장을 밝히며 BIFF 초반 3일을 얼룩지게 했다.
강동원이 지난 5일 열린 영화 '더 엑스' GV(관객과의 대화)에 불참할 뜻을 세우고 이것이 BIFF 측(남동철 프로그래머)의 횡포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 뒤, 논란이 시작됐다. 이어 BIFF 측이 강동원 불참과 관련해 배우 측에서 제기한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레드카펫에 안 올 거면 영화제에 아예 오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자신들의 결백(?)과 정당성을 주장해 불씨가 더 타올랐다. 그 사이 이번 사태를 중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더 엑스'의 제작사 CGV는 침묵으로 일관해 의혹을 키우다 결국 5일 늦은 오후에야 공식 입장을 발표해 강동원 측의 진실성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마무리된 이번 사태는 그러나 강동원이나 BIFF, CGV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명쾌하고 완벽히 투명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결말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은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라 마음고생을 했고 BIFF 측 역시 개막부터 행사 본연의 내실을 챙기기보다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잡음 가득한 출발을 했다. CGV 측도 늑장 대응과 더불어 배우와 BIFF 사이에서 모두 흠만 잡혔다.

# 아이돌만 보이고 영화는 안 보여?
올해는 배우 자격으로 BIFF를 찾은 아이돌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배우는 배우다'(감독 신연식)의 엠블랙 이준(엠블랙), '동창생'(감독 박홍수)의 빅뱅 탑, '결혼전야'(감독 홍지영)의 2PM 옥택연 등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APAN 스타로드' 행사에 서기 위해 부산을 찾은 엑소 등 정상의 아이돌들이 해운대를 누볐다.
이 때문에 아이돌들을 보기 위한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보기 위해 일찍이 부산을 찾은 전국각지의 팬들은 이준과 탑, 옥택연 등을 따라 BIFF 일정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일반 관객들과 취재진, 그리고 팬덤 간에 일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고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컸다.
현장을 목격한 관광객 B씨(남, 31세)는 "영화 이야기나 배우 얘기를 듣고 보고 싶었는데 일부 무질서한 팬들의 처사로 실망이 크다"며 "노래하는 무대도 아닌데 괴성을 지르고 무리하게 응원을 하는 것이 행사의 질을 떨어뜨렸다. 영화보다는 아이돌이 부각된 느낌이다"고 밝히며 씁쓸해했다.
그런가 하면 배우 여현수는 지난 5일 오후 자신의 SNS에 "서울 가는 길. 진정 박수 받아야 할 선배들은 제쳐놓고 아이돌들이 박수 받고 그나마 아이돌들 뒤에 나오면 야유에 휑한 자리에 뻘쭘한 상황. 굿 잡. 나도 뭐 딱히 잘한 건 없지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네. 씁쓸했던 이번 영화제 후기 끝"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아이돌에 집중된 BIFF 분위기를 씁쓸해했다.

# 레드카펫 노출에 쓴 소리 뻥뻥.. 드레스는 추웠다!
올해 역시 개막식의 꽃은 단연 레드카펫이었다. 오다기리 조가 역시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파격적인 헤어와 패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우리 여배우들의 드레스 경쟁을 압도할 순 없었다.
특히나 강한나, 한수아, 홍수아 등이 파격적인 노출 드레스로 개막식의 열기를 달궜는데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는 호평이 따르는 한편 연예계 내부에서 쓴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의 목소리였지만 영화제의 들뜬 분위기 사이에서 이 쓴 소리들은 일순간 냉기를 감돌게도 했다.
가장 먼저 개그맨 김경진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여배우들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노출이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노출경쟁이 계속되면, 나중엔 어떻게 될 런지…노출로 이슈를 노리는 거라면! 차라리 드레스 위에 점퍼를 입는 게 더 돋보이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리며 노출 드레스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가수 출신 연기자 이켠은 5일 자신의 SNS에 “솔직히 대체 뭐했는데 배우라고 하는 거지? 난 좀 이해가 안 된다. 내 주관적 개념통찰에서는 배우라는 호칭은 자기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최소 대중이 인정하는 인정받는 그릇이 그 호칭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라며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예상 했던 대로 수많은 노이즈와 기사거리만 노리는... 오해와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파생된 결과물들은 여전히 동일하다. 과연 진정 축제를 즐겼는가? 영화 한편이라도 봤는가? 진심으로 묻고 싶다”고 노출 경쟁에 대해 비판했다.
또 같은 날 오후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는 MC 박은영 아나운서가 BIFF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던 중 "역시 영화제에서는 여배우들의 드레스 경쟁이 대단한 것 같다"라고 말하자 MC 신현준이 "하지만 요즘 영화제가 노출 경쟁의 장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 눈길을 모으기도.
한편 제18회 BIFF는 오는 12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윤계상과 송선미의 사회로 폐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항해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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