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한재림 감독)을 읽는 지도가 소설 ‘관상’에 있다.
현재 850만 관객을 거뜬히 돌파하고 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관상’은 한 관상쟁이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운명, 그리고 그들이 다 함께 겪게 되는 역사적 사건을 한 데 묶어 그려내는 작품이다. 배우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배우들의 적합한 캐스팅 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인해 영화화 전부터 “대박의 향기가 난다”는 찬사와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소설 ‘관상’은 그런 영화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덧입혀 만든 작품이다. 2시간 반짜리 작품은 2권짜리 밀도 높은 팩션(Fiction+Fact)으로 진화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관객들 뿐 아니라 아직 보지 못한 예비 독자들에게 까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전·후 사정이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환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주인공 내경이 어떻게 하다가 역적의 자식이 됐는지, 어떻게 관상쟁이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처남 팽헌은 또 어쩌다 매제와 살게 됐고, 내경의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등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점들을 소설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설정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영화 속에서는 단지 적으로만 등장했던 한명회가 소설에서는 내경의 어린 시절 친구로 등장한다. 또 내경이 끝까지 힘을 다해 돕는 김종서는 소설에서는 내경의 아버지 지겸을 역모로 몰아 죽인 원수로 등장해 기묘한 인연을 그려낸다.
한편 소설 '관상'은 영화 '관상'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을 집필한 백금남 작가는 '십우도',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소설 신윤복'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수십 년 경력의 소설가로 삼성문학상과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eujen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