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박석민(28, 삼성 내야수)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에게 현재 컨디션을 묻자 "보시다시피 아주 좋다. 이번 시리즈가 더욱 기대된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박석민은 지난해 정규시즌이 끝날 무렵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때려내기 힘들 만큼 통증이 심했다. 그는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14타수 1안타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6차전서 투런 아치를 터트리며 아쉬움을 훌훌 털었다. "지난해보다 몸상태와 타격감 모두 좋은 만큼 이번 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는 게 박석민의 말이다.
타율 3할1푼8리(396타수 126안타) 18홈런 76타점 61득점 4도루. 박석민의 정규 시즌 성적이다. 시즌 초반에 끝모를 부진에 빠졌으나 후반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아쉬움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박석민은 "시즌 초반에는 '올 시즌 50타점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컨디션과 타격감 모두 최악에 가까웠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김한수 타격 코치의 따뜻한 한 마디에 마음을 다잡았다. "돌이켜 보면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코치님께서 '절대 스스로 포기하면 안된다. 타격이라는 게 언젠가는 상승 흐름을 타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네가 없으면 안된다. 네 활약이 필요한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러니까 절대 흔들리면 안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박석민의 방망이는 후반기 들어 한껏 달아올랐다. 타율 3할6푼8리(190타수 70안타) 11홈런 52타점 31득점. 그는 "전반기 때 부진해 연봉을 깎이지 않으려면 눈에 불을 켜고 해야 하는 만큼 더욱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팀내 핵심 선수 가운데 한 명인 그는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며 "국내 정서상 정규시즌 우승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LG, 넥센과의 상대 전적에서는 열세를 보였다. 이에 박석민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는 분명히 다르다. 정규시즌에서는 열세를 보였지만 어느 만큼 집중력을 가지느냐, 실수를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왼손 유구골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한 내야수 김상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김상수의 부상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상수가 빠져 아쉬운 건 사실이나 우리 팀은 선수 1명이 빠졌다고 무너지는 팀은 아니다. 상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2005, 2011, 2012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박석민은 "나는 행운아다. 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우승 한 번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나는 한 팀에서 4번째 우승을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반드시 4번째 우승 반지를 껴보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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