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포스트시즌 무대가 주는 중압감은 달랐던 것일까. 정규시즌에 호투를 거듭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손꼽였던 류현진(26, LA 다저스)과 훌리오 테헤란(22,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나란히 무너졌다. 호된, 아니 악몽의 신고식이었다.
류현진과 테헤란은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3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 테헤란은 2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특급 루키들의 맞대결로 이번 경기를 정의했던 미 언론들의 평가가 무색해지는 부진이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나란히 14승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류현진 3.00, 테헤란 3.20)도 훌륭했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라는 쿠바 특급들이 없었다면 진지하게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다. 류현진이 정규시즌 마지막 시험등판에서 4이닝을 던진 것을 제외하면 5이닝을 못 채운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나란히 조기 강판됐다. 류현진은 3회가 마지막이었고 테헤란은 3회조차 채우지 못했다.

구속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최고 구속은 정상적이었다. 주심의 존이 다소 좁았던 경향은 있었지만 어차피 이는 두 선수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결국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이 부진 원인이었다. 포스트시즌이 주는 중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평소보다 제구가 흔들렸고 위기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실점을 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류현진은 1회부터 실점했다.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개티스에게 적시타, 매캔에게 볼넷, 존슨에게 다시 적시타를 내주고 2점을 허용했다. 테헤란도 특별히 나을 것은 없었다. 2회 푸이그, 유리베에게 연속안타를 맞았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투수 류현진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했다. 흔들린 테헤란은 이후 크로포드에게 우월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대량실점의 길로 들어섰다.
역전에 성공했지만 류현진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3회 연속 3안타를 맞았다. 결정구가 들어가지 않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어설픈 모습도 속출했다. 매캔의 병살타 타구 때 1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후 존슨의 1루수 방향으로 구르는 타구 때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홈으로 던져 또 한 번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다. 팀이 잡은 리드를 한 이닝만에 다시 반납했다.
테헤란도 마찬가지였다. 팀 타선이 3회 동점을 만들어줬지만 곧이은 3회 수비 때 라미레스에게 2루타, 곤살레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다시 리드를 내줬다. 결국 6자책점을 기록한 뒤 조기 강판의 수모를 맛봤다. 두 선수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될 만한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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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