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스트라이크의 비중이 적었다. 여기에 결정구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중고에 시달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결국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후 최악의 경기를 펼치며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큰 기대를 모았으나 3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한 뒤 강판됐다. 정규시즌이라면 더 던질 수 있는 투구수(68개)였으나 포스트시즌의 냉철함 앞에서 류현진은 조기강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구속 자체는 정상적이었지만 몸 상태는 다소 좋지 않아 보였다. 현지 언론의 의혹 제기 그대로였다. 그 때문일까.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3회 어설픈 수비 실책성 플레이 두 개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했다. 한편으로는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결정구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16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은 하나 뿐이었고 절반에 이르는 7명의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68개의 투구 중 4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비율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중이 적었다. 초구에 타격을 한 3회 프리먼을 제외한 나머지 15타자 중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한 경우는 7번이었다. 50%를 밑돌았다. 가뜩이나 긴장되는 무대에서 더 긴장한 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잘 살리지도 못했다. 6개의 피안타를 분석하면 그런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회 저스틴 업튼에게는 1B-1S에서 2루타를, 개티스에게는 1S에서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듯 보였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모두 얻어맞았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코치는 경기 중 방송 인터뷰에서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매캔에게는 2S에서 결국 볼넷을 내줬다. 존슨에게도 2S에서 던진 직구가 중전 적시타로 이어지며 1회에 2실점했다. 이런 양상은 3회에도 이어졌다. 이번엔 풀카운트에서 상대를 압도할 만한 구종이 없었다. 선두 업튼에게는 풀카운트에서, 무사 1,2루에서 개티스와의 승부에서도 풀카운트에서 안타를 맞았다. 개티스는 파울만 7개를 치며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은 올 시즌 2S에서의 피안타율이 1할4푼7리, 1B-2S에서는 1할9푼8리, 2B-2S에서는 1할8푼3리로 비교적 좋았다. 풀카운트에서의 피안타율도 1할9푼3리였다. 그러나 이날은 변화구를 결정구로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커브의 사용은 극도로 제한됐고 3회 안타는 모두 직구를 던지다 맞았다. 류현진이 구속이 좌완치고 느린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애틀랜타 타선의 집중력은 포스트시즌을 맞아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꼬인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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