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두 번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이 기억을 다음 등판에서 지울 수 있을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포스트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1회 2실점하며 다시 한 번 ‘1회 징크스’에 시달린 류현진은 3회 결정적인 수비 실책성 플레이가 2개 겹치며 또 다시 2실점했다. 결국 다저스는 4회부터 크리스 카푸아노를 올리는 강수를 뒀고 류현진의 첫 포스트시즌 경기도 허무하게 끝났다.
현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대로 몸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경기였다. 여기에 좁은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포스트시즌이 주는 중압감으로 인한 긴장까지 겹치며 여러모로 고전한 날이었다. 특히 3회에는 두 차례의 수비 실책성 플레이까지 나오며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남긴 경기로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경기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13-6으로 크게 이기며 귀중한 1승을 따냈다. 애틀랜타 원정에서 1승1패를 기록했던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손꼽혔던 3차전을 잡으며 다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제 한 판만 이기면 챔피언십 시리즈로 진출할 수 있는 다저스다. 내심 8일 홈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결판을 본다는 생각이다.
당초 3차전에서 지면 1차전 선발로 나섰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당겨 쓰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3차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려도 무난한 상황이다. 4차전에는 리키 놀라스코가 예정된 가운데 만약 시리즈가 여기서 끝난다면 챔피언십시리즈부터 다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다저스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만약 5차전이 필요하다면 푹 쉰 커쇼가 다시 터너필드의 마운드에 오른다. 챔피언십시리즈 첫 경기에는 잭 그레인키가 역시 충분한 휴식을 가진 뒤 나설 수 있다. 그 다음이 류현진의 차례가 될 전망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류현진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한국시간 13일) 혹은 3차전(15일)에서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수는 있다. 역시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날도 그런 면이 조금 드러났다. 거의 유일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불펜으로 갈 확률은 희박하다. 3차전에서 68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이라 당장 디비전시리즈에서의 불펜 투입은 어렵고 7전4선승제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4명의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한 경기 부진했다고 믿음을 거둘 매팅리 감독은 아니다.
즉 남은 디비전시리즈에서 등판 확률이 적은 류현진으로서는 팀 동료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4·5차전에서 지면 자연히 류현진의 2013년 가을도 끝날 공산이 크다. 류현진이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기회는 언제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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