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그들은 갑작스럽게 둥지를 옮겨야 했다. 이적 첫 해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두 번째 시즌에서 그들은 둘 다 팀 상승세를 이끄는 귀중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제는 가을야구 맞대결을 통해 윈윈 트레이드가 무엇인지 보여줄 차례다. 하위타선의 파괴력을 높여줄 넥센 히어로즈 좌타 거포 이성열(29)과 두산 베어스 좌타 1루수 오재일(27)의 방망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 넥센과 4위 두산은 8일부터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3승을 먼저 거둔 팀은 LG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치를 예정. 최종일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2~4위가 가려진 가운데 넥센이 페넌트레이스 상대 전적 9승7패로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현재 전문가들의 예상도 넥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디어데이서 넥센 주장 이택근이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한 선수는 바로 지난해 두산에서 이적해 온 이성열. 2003년 LG에서 데뷔했으나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한 이성열은 2010년 두산 주전 우익수로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비력과 허벅지 부상 등이 겹치며 제 자리를 잃었고 지난해 7월 오재일과 맞트레이드 되었다.

넥센에서의 두 번째 시즌 이성열은 92경기 2할3푼6리 18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 2할8리, 삼진 115개 등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시즌 초반 넥센의 선두권 순항을 이끈 것은 미친 듯 홈런을 때려내고 염경엽 감독의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를 하던 이성열의 불방망이다. 후반기 2홈런으로 염 감독의 가슴을 달아오르게 하지는 못했으나 이성열이 시즌 전반기 공헌한 부분은 확실히 컸다.
“오재일이 넥센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라는 주장 홍성흔의 농담 속 슬며시 언급된 오재일. 그러나 오재일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넥센 시절 프랜차이즈 스타 이숭용의 10번을 이어받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한 채 이성열과 맞바뀌어진 오재일은 올 시즌 55경기 출장으로 풀타임 활약은 펼치지 못했으나 2할9푼9리 3홈런 28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득점권에서 3할4푼1리, 대타 타율 4할2푼9리로 집중력이 뛰어났고 우완 정통파 상대 3할2푼5리, 잠수함 상대 5할 타율로 우타 거포 최준석과 함께 플래툰 4번 타자로도 출장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우완 이용찬 대신 좌타 내야수 최주환을 넣었다. 이는 최주환을 우투 상대 대타로 기용하고 오재일을 7번 타순에서 타점을 양산하는 타자로 중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성열도 6~7번 혹은 대타로서 준플레이오프에서 출장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전 소속팀을 상대로 한 두 좌타자의 성적이 확실히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이성열은 올 시즌 두산전서 13경기 2할6푼8리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성열의 두산전 장타율은 5할6푼1리로 수준급이었다. 일단 걸리면 타구가 꽤 멀리갔다. 오재일은 넥센전에서 단 3경기에 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표본 자체가 적은 편이었다. 대신 오른손,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확실히 강점을 비췄다는 점과 최준석에 비해 1루 수비 범위가 넓고 안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의 중용 가능성을 높인다.
둘은 현 소속팀에서 활용 가치가 큰 선수들이다. 이성열은 이택근-박병호-김민성-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 중심타선이 우타 일색임을 감안하면 중간 혹은 후위 투입 시 효과를 내뿜을 수 있는 타자다. 오재일도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표적 타격이 가능한 좌타자로 가치가 높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나는 날 웃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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