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DS]불굴의 류현진, 자신의 실책 보고 또 봤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0.08 06: 19

"한 경기에서 안 좋은 장면을 모두 보여줘 표정이 좀 변했다."
손꼽아 기다렸던 한국인 최초의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류현진(26,LA 다저스)의 가을야구는 아쉬움을 남기고 첫 스타트를 끊었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최고구속은 94마일(약 151km)까지 나왔지만 긴장한 탓인지 한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이 나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거듭 "안 좋은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고 자책했다. 본인에게 투구내용도 실망스러웠을테지만,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류현진이다. 3회 무사 만루에서 류현진은 1루 베이스커버 실수로 주자를 살려줬고, 바로 야수선택으로 추가실점까지 했다. 수비가 좋은 류현진에게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인터뷰는 마치 류현진의 '반성회'처럼 진행됐다. 기자들의 질문에 류현진은 계속 스스로를 자책하는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류현진의 시선이 이상했다. 기자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눈은 기자회견실 오른쪽 벽을 향해 있었다. 류현진의 시선이 머문곳은 바로 TV, 화면에는 류현진이 애틀랜타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는 장면과 수비에서 저지른 범실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류현진에게는 다시 떠올리고싶지 않았을 장면, 하지만 그는 피하지않고 계속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투 하나, 실수 하나까지 머리에 담아 다시는 잊지 않겠다는듯 리플레이 영상이 끝날 때까지 화면을 바라봤다.
공식인터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류현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본인 라커앞에 앉은 류현진의 시선은 역시나 TV에 박혀 있었다. 말없이 의자에 몸을 파묻은 류현진은 베이스커버 실수를 하는 장면이 나오자 "어휴 저거 뭐하는 짓이냐"라며 크게 자책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실패를 돌아보지 않는 자는 다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은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승승장구해왔다. 정규시즌 30번의 등판 가운데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 단 한 번, 그마저도 최종전에 투구수 조절을 위함이었다. 큰 무대에서 처음으로 조기강판의 실패를 맛본 류현진이 한 뼘 더 성장하리라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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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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