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이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9분의 러닝타임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 등장해 영화팬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특히 소설 속에는 영화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김내경의 부성애와 김내경, 한명회의 관계 등이 담겨있다.
소설 '관상'은 총 2권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영화의 원작일 것이라 여겨지는 소설이지만, 사실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와 소설화가 동시에 진행된 경우다. 그렇기에 소설은 영화와 굵은 줄기는 함께하면서 디테일 있는 잔가지가 존재한다.
영화 속 송강호가 분한 김내경이 백윤식이 연기하는 김종서의 밑에서 일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소설에서 보다 더 상세히 설명돼 있다. 영화의 프리퀄과 같은 소설 1권에서는 김내경의 아버지인 김지겸이 김종서와 적을 두게 되며 결국 역적이 돼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김내경은 아버지를 죽이고 집안을 역적집안으로 몰락시킨 김종서의 밑에서 일하게 됐을까.

영화 속에서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역적의 집안에서 벗어나 아들 진형의 출세를 바라는 마음에서 김종서의 손을 잡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김내경의 부성애에 대해 심도있게 조명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문종이다. 김내경은 죽어가면서까지 아들 단종을 걱정하는 문종의 모습에 아버지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는 김종서가 몰락시킨 김지겸 가문의 아들이 아닌, 아들 진형의 아버지인 김내경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것. 이 같은 설정은 김내경의 행동을 보다 극적으로 비춰지게 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김내경을 '집안의 원수' 김종서의 수하로 설정함으로써 김내경과 한명회의 관계에도 더욱 깊은 의미가 부여됐다. 한명회가 영화에서 미스터리한 인물로 영화 말미에 가서야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소설에서는 김내경과 한명회를 어린 시절 인연이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결국 김내경은 이 두 가지 설정을 통해 단순히 김종서의 조력자가 아닌 대리인으로서 수양대군의 대리인인 한명회와 대치한다.
이처럼 소설에는 영화보다 심층적인 이야기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내경의 집안이 역적이 되는 과정, 김내경이 관상가가 된 이유, 처남 팽헌과 김내경의 인연을 맺게 된 이유 등이 소설에 촘촘히 그려지며 영화팬들의 구미를 당긴다.
한편 '관상'은 '십우도',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 '소설 신윤복'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백금남 작가가 집필했다. 백금남 작가는 제 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음사가 제정한 올해의 논픽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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