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화 김응룡 감독, “내년엔 들어올 선수만 있으니 좋아질 것이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10.08 12: 03

“오늘 무사히 끝나야 하는데.”
지난 10월 5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3프로야구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김응룡(73) 한화 이글스 감독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승부세계에서 한 평생 살아오면서 올 한해는 아마도 김응룡 감독이 난생 처음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해였을 것이다. 노 지도자의 표정은, 그러나 밝았다.  
경기 전 김응룡 감독은 “우리가 키를 쥐고 있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그럴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며 웃었지만, 엄살처럼 들렸다. 한화의 최근 모습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넥센 선수들은 피로 누적으로 몸놀림이 둔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반면 한화 선수들은 끈질겼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경기였건만, 한화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는 바티스타-송창식의 이어던지기와 대타 정범모의 결승 2타점 적시타로 2-1 승리.
3월 30일 롯데와의 개막전 역전패(5-6) 이후 무려 13연패의 악몽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한화의 지리멸렬한 모습이 더 이상 아니었다. 마지막 게임에서 승부의 본령을 발휘한 한화는 좋은 기억을 안고 2014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8000여명의 한화 팬들도 점차 변모해간 한화 선수들의 모습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적절한 투수 교체, 대타 투입 등 김응룡 감독은 승부처에서 왕년의 명장다운 지휘봉을 휘둘렀다. 넥센은 그 경기 패배로 결국 3위에 그쳤다. 2위를 한 LG 트윈스도 막판 한화에 혼쭐이 났던 터. 그 게 승부사 김응룡이 이끄는 구단의 참모습일 것이다. 
한화는 올 시즌 전반기(7월 17일까지)에 22승 1무 51패(승률 .301)로 승률 3할을 간신히 넘긴 채 8위 NC 다이노스에 6게임차로 뒤졌다. 후반기엔 팀의 짜임새를 가다듬으면서 그런대로 선전, 최종 성적은 42승 1무 85패(승률 .331)로 최하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20승 34패. 비교적 선전한 셈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미 전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어려움이 예상됐다. 무엇보다 핵심투수 류현진이 LA 다저스로 떠나가고 주전투수 양훈의 입대, 선발 한 축을 이뤘던 박찬호의 은퇴로 마운드 공백이 심각했다. 전력보충은 없이 누수만 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운드가 부실해 타격이 컸다. 연패를 끊어줄 에이스의 부재가 준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화의 2013년은 끝없는 ‘시험과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터였다. 결과는 미흡했지만, 시즌 후반 ‘희망’의 싹이 여기저기서 텄다. 송광민의 복귀와 트레이드로 굴러온 ‘복덩이’ 송창현의 눈부신 투구, 주전 투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창식의 성장세가 고무적이었다.
5일 경기 전 김응룡 감독과 대전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나 2시간  가량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김 감독은 허심탄회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구상의 한 자락을 열어보였다. 김응룡 감독의 화두는 ‘변화’였다.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 즉 과감한 트레이드가 필요하고 FA 선수로 수혈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어려움, 난생 처음 겪은 일이었지요.
▲말해 뭣해. 지나놓고 보니 재미있었어. 좋은 경험이야.
-건강은 어떻게 챙기십니까. 예전처럼 매일 산행을 하십니까.
▲대전 인근 계족산(鷄足山, 해발 423.6m)에 다녀. 골치 아프니까. 매일 새벽 산에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풀려.
-송창현이라는 투수로 인해 ‘희망적’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후반기엔 팀이 끈질겨졌지 않습니까. 트레이드 성공사례가 아닙니까.
▲그 이상 해줄 줄 알았는데(웃음). 나는 아프다고 연습 안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 장성호(롯데)가 연습도 제대로 안 해. 트레이드 얘기가 나와서 송진우 코치 등 주변에 물어보니까 ‘수비가 안 된다. 2할5푼 정도 밖에 못 칠 것이다’는 얘기를 듣고 트레이드를 했지. 장성호는 고졸 후 내가 (해태로) 데려 왔잖아. 이제 한계가 왔고 송창현은 장래성을 본 거지.
-연패할 때는 참 속수무책이었겠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투수가 이렇게 될지 몰랐지. 송진우 코치는 낙천파라 괜찮다는 거야. 용병까지 둘 다 약하니 아, 거참 죽겠더구만. 류현진, 양훈, 박찬호, 그 셋이 선발에서 빠진 거 아니야. 어쨌든 앞으로 외국인 선수 두 명만 제대로 잡으면 송창현, 유창식 제대하는 선수하고 선발진을 꾸려보겠는데. 용병 제대로 못 잡으면 내년에 또 힘들어 걱정이야. 
-박찬호는 같이 해보실 생각이었습니까.
▲(지난 해)11월까지 미뤘잖아. 하겠다고 하면 구단에서 받기로 한 거지. 투수도 없고 마지막까지 가서(은퇴 발표가 늦었다는 얘기) 선수 한 명만 빼앗겼잖아. 11월말까지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김태균, 최진행도 부상으로 빠지니 더욱 어려웠지요. 김태완은 문책성 2군행이었지요.
▲김태완이 정신 좀 차리려나 모르겠어. 송광민도 체력이 떨어졌는데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코치진 보좌가 중요한데 시즌 초반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지요.
▲코치들 때문에? 아니야. 다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안 나서 그렇지. 밖에서 욕도 많이 하고 그랬지만, 코치들 열심히 했어.
-예전의 해태나 삼성과 한화는 어떻게 다르나요.
▲솔직히 한화가 약하지 멤버 상. 방망이도 그래.
-육성과 실전의 사이를 메우기가 쉽지 않지요. 현실적으로.
▲2군서 선수가 올라와 줘야 해. 이제 시설이 제대로 돼(서산 훈련장 완공) 앞으로는 올라오겠지. 지난해까진 야구장이 없어 기껏해야 고등학교 가서 한두 시간 빌려서 하고, 프로가 그래서야 어떻게 해. 2군서 마구 돌려야하는데. 선동렬이도 백업 해줄 선수가 없다고 그러대. 거기도 2군 훈련장이 이제야 된 모양이지. 예전의 해태는 2군도 뭐 필요하냐고 했지. 숙소가 있었나 뭐 있었나. 30평짜리 선수들 숙소 아파트에 아주머니가 밥해놓고 가고나면 그만이었지. 해태는 멤버가 좋아서 그래도 했지.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잡아야 승부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건 어느 팀도 마찬가지야.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3, 4번 타자인데, 우리도 용병 엔트리 늘리면 타자를 써야지. 일본은 예전에  용병타자를 안 쓸 때는 두세 점이면 이겼잖아. 용병 엔트리를 확대해 점수 많이 나니 관중들 재미있다고 하지 않아. 우리는 선수협이 그러니(막고 있으니). 일본같이 엔트리 늘리고 2군에는 제한 안 두고. 아, 요미우리가 2억, 3억 엔짜리 선수를 데려올 때 다른 구단이 2000~3000만 엔짜리 데려온 선수들이 더 잘해. 그네들은 키우잖아. 우리는 어려워.
-내년엔 승부를 걸어야지요.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올해보다야 나아지겠지. 우리도 FA 몇 명 잡고 용병도 제대로 잡고. 팀에 변화를 줘야해. 빠져나가기만 했지 변화가 없었잖아. 내가 삼성에 갈 때만 해도 삼성이 약한 팀이 아니었어. 정신상태, 마인드를 바꾸려면 트레이드도 ‘확’하고 바꿔야지 변화를 줘야해. (경쟁자들을) 데려다 놔야 경쟁을 하든, 시기를 하든. 그대로 놔두면 항상 그대로 있는 거야. 누구누구는 안 된다, ‘내가 터줏대감인데’, 그러면 트레이드가 안 돼. 죽이 되던지 밥이 되든지 간에. 그대로 두면 또 힘들어. LG를 봐. FA를 그렇게 많이 데려와 실패했는데도 계속 투자를 하잖아. 비난을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못해.
-육성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요. 팀이 한 번 내려가면 오래가지 않습니까.
▲2군, 3군이 안 올라오면 안 돼. 그러면, 비싼 선수 사다가 데려다가 하는 수밖에. 몇 십 년 길러도 안 되는 게 야구야. 그걸 뭐라고 하면 안 돼. LG나 다저스를 봐.  투자가 뒷받침 돼야지. 
-한화에 오실 때는 어떤 생각이었습니까.
▲투, 타의 중심인 류현진, 김태균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봤지. 류현진이 일 년 정도만 해주면 내년에 정비하면 안 되겠나 생각했지. 현재로선 군 복무중인 선수들 얼마 전에 야구하는 걸 봤는데 괜찮다고 하더구만. 우리 선수들 들으면 섭섭해 할라. 경찰청 유승안 감독 얘기를 들으니 두 투수가 괜찮다는 거야. 그 친구들 들어오면 너희들(기존 투수들) 얼굴도 안 본다(웃음). 용병 둘만 잘 잡으면 버텨볼만 하지 않겠나. 그런데 용병 몸값 뛰어서 어려워. 많이 달라고 하니. 게다가 한화는 불행한 것이, 신생팀이 생겨서 선수를 빼앗기니. 꼴찌 서너 번 하면 (드래프트 1위로) 선수를 잡아오면 3, 4년 뒤에는 강팀이 되는데. SK도 몇 년 꼴찌하면서 선수 잘 뽑아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됐잖아.
-내년에는 ‘희망’이 있는 거지요.
▲빠질 선수 없으니까, 들어올 선수만 있고.
김응룡 감독의 내년 시즌 전망은 간단명료하다.
한화는 올해 말 투수요원인 안영명(공익), 윤규진(공익), 구본범, 허유강(이상 경찰), 윤기호(상무) 등이 팀에 복귀한다. 안영명과 윤규진은 근무를 마친 후 대전 인근 학교에서 한용덕 코치의 관리 아래 훈련 중이다. 윤규진은 145km, 안영명은 140km 이상 공을 던지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이 내년 시즌 선발요원으로 생각 하고 있을 정도다. 구본범과 허유강은 경찰청에서 유승안 감독 지휘아래 기량이 많이 좋아졌고, 윤기호는 왼손이란 장점이 있다.
이희근(상무)은 입대 전 백업포수로 활약했는데 1군 경험이 많은 편이라 주전 경쟁을 벌일 포수 자원이다. 또 김회성(경찰)은 190cm, 92kg 거구로 장타력을 갖췄다. 김응룡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4번 타자 감으로 3루수로 중용할 구상도 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이 음식점을 나서자 그를 알아본 한화 팬들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김 감독은 기꺼이 응해주며 어린이 야구팬과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 순간만은 엄한 승부사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외손자를 둔 할아버지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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