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부터 유니버시아드대회, 올림픽까지 계단을 밟아가겠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1년 만의 2연패를 달성한 양학선(21, 한국체대)의 목표는 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마 2연패의 위업을 이룬 양학선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양학선은 밝은 표정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새로 바뀐 부분도 있어서 앞으로 경기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표정은 밝았지만 고통도 있었다. 양학선은 대회 기간 내내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비장의 신기술 '양학선2(이하 양2)'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허리 통증이 계속돼 결국 신기술 공개는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물론 양학선은 양2 없이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거뜬히 우승을 차지했다.
양학선은 "통증이 거의 매일 있어 연습하는데도 지장이 있었다. 경기 전까지도 계속 성공을 못하다가 마지막에 성공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양2를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무리해서 하다가 실수해서 안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보다 완벽한 상태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양2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양학선이 무리해서 양2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남북대결 라이벌로 기대를 모은 리세광(북한)의 조기탈락 때문이었다. 난도 6.4의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두 바퀴 돌며 한 바퀴 비틀기)' 기술을 보유한 북한 기계체조의 에이스 리세광은 착지실수를 범하며 예선에서 탈락했다. 라이벌이 없어진 양학선의 의욕도 한풀 꺾였다.
"리세광이 결승에 올라와야 양2를 쓰려는 욕심이 생겼을텐데, 못 올라와서 양2를 쓰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양학선은 "대회가 끝난 후 열린 파티에서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톈진동아시아경기대회에 나간다고 하더라. 힘내라고 격려해줬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 번 맞대결을 기다리는 '챔피언'의 여유가 담긴 미소였다.
양2 없이도, 일찌감치 탈락한 라이벌 없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양학선은 모든 경기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양학선은 "내년 아시안게임, 2015년 유니버시아드대회, 그리고 올림픽이 남아있는데 계단을 밟아나가듯 차근히 나아가겠다"고 '왕좌 사수'의 각오를 다졌다.
한편 양학선의 신기술 양2는 내년에 보게 될 확률이 크다. 양학선은 "올해가 다 지나갔기 때문에 내년에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올해 코리안컵이 열린다면 몸관리 잘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