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재림은 지난달 2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숨은 일등공신이었다. 극중 그는 냉혈한 킬러에서부터 출생의 비밀을 깨달은 서글픈 한 남자까지 모두 소화해냈다. 별다른 대사가 없음에도 드라마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음은 물론이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나 본 송재림은 '무적의 킬러' 김선생이라기보다는 나른한 고양이 같았다. 실제로 고양이와 동거 중이라는 이 남자는 작품을 끝낸 뒤의 여운을 맘껏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대뜸 '투윅스' 속 김선생에서 빠져나왔냐는 안부 인사를 건네니 나른한 얼굴로 "가을을 타는 것 같다"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드라마 끝나고 무기력해요. 고요하고 잔잔한 기분? 집에 누워 있으면 누가 고양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죠(웃음)."

극중 김선생은 피도 눈물도 없는, 그야말로 자비를 모르는 킬러다. 그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해, 드라마 말미 출생의 비밀과 함께 그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김선생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나오지 않는 인물 치고는 꽤 큰 비중으로 거의 매 회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김선생에 대해 송재림은 "단순한 킬러는 아니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장태산의 탈주 이야기가 주된 축이긴 하지만 김선생의 이야기도 드라마의 부성애 코드를 물고 들어가고 있어요. 김선생은 한치국의 잃어버린 아들이잖아요. 사실 초반 시놉시스에는 김선생에 대한 설명이 두줄 밖에 없었죠."

송재림의 설명처럼 그가 연기한 김선생은 시놉시스 상 두줄로 시작해 드라마의 마지막 반전까지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생의 진짜 이름이 드러났다. 또한 초반 당위성 없이 그저 악하기만 했던 악역 김선생은 이 반전으로 인해 의미를 가진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한치국 선생님과 부자관계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 몰랐지만 그냥 느껴졌어요. 김선생도 참 불쌍한 아이죠. 어릴 때 문일석에게 잡혀갔고, 아버지도 죽일 뻔 했었잖아요. 사실 그래서 소현경 작가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드러내는 단편적인 악역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김선생 캐릭터 뿐 아니라 다른 악역들도 모두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했던 모습이 악으로 비춰졌을 뿐이죠. 그런 심층적 부분을 소현경 작가님이 잘 다뤄주셨던 것 같아요.
김선생이라는 인물은 말이 없다. 대신 눈빛으로, 행동으로 자신이 누군지 드러낸다. 그렇기에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를 인물이다. 표현해야만 하는 연기자 입장에서 대사가 많고, 캐릭터가 불분명한 역할보다는 훨씬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했다. 송재림은 이에 대해 "정말 힘들었다"는 한 문장의 대답으로 김선생으로 살았던 날들을 기억해냈다.
"나름 머리를 많이 굴렸어요. 대사 지문에는 '무표정에 서늘한' 뭐 이런 것들만 나오거든요. 자칫 잘못하다보면 아무 표정도 없이,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걸로 보일수도 있잖아요. 지문에 나와 있는 무표정과 시청자가 보는 무표정은 달라요. 말의 환상이죠.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턱을 비틀어볼까. 무표정이지만 인상을 찡그려야 할까. 뭐, 최선을 다했죠."
또 하나, 김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액션이라는 단어로도 정의내릴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이준기 못지 않은 험난한 액션신들을 선보였다. 무더운 여름에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딱 두배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액션 쉽지 않더이다~(웃음). '해를 품은 달' 때보다야 늘긴했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합을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도 긴박하게 진행되면 잘못되는 부분도 있고요. 예를 들면 몸은 느리게 뛰어야 하지만 속도감은 있어야 한다는 걸 표현해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냐는 기자의 말에 송재림은 "그러니까요~"라면서 어린 아이처럼 투정을 해 보였다. 그리고는 "아무튼 액션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면서 "그래도 몸 어딘가에는 배운 게 남아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뭐 현장에서 날아다니던 이준기 선배보다야 제가 힘들었겠냐만은요(웃음)."
기자가 송재림을 만난 것은 '투윅스'가 방송되기 전, 그리고 '투윅스'가 종영한 후였다. 그 때마다 느낀 것은 '이 남자, 귀엽다'였다. 드라마 속에서 무게를 잡고 있는 송재림은 브라운관 밖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허당기'를 가진 반전 매력남이었다. 그런데 왜 어두운 역할만 맡는 것이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그는 "제가 원래 말이 없게 생겨서 그렇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장난스레 내비쳤다.
"악역은 그만하고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과묵한 역할을 많이 했어서 다른 것도 좀 해보고 싶고요. 여자 배우와 로맨스도 없어요, 저는. 남자들만 나오거나 아니면 남장 여자(MBC '네일샵 파리스')랑 러브라인이거나. 아홉수라 그런 것 같아요(웃음). 사주를 봤더니 서른 넘으면 팔자에 여자가 있대요. 내년부터 로맨틱 코미디 할 수 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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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