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1] ‘기록은 참고사항’, 천적의 무력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08 21: 36

그저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가을야구는 달랐던 모양이다. 9할9리, 8할의 게임 캐릭터급 상대 타율은 참고 사항에 불과했다.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 상대 11타수 10안타로 강했던 김현수(25, 두산 베어스)와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5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던 거포 유격수 강정호(26, 넥센)는 나란히 고개를 떨궜다.
김현수와 강정호는 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13 준플레이오프서 각각 두산의 4번 타자 1루수, 넥센의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절친한 동기생이기도 한 둘은 단순히 팀의 중심타자인 것은 물론 상대 에이스들인 나이트와 니퍼트에게 굉장히 강한 면모를 비췄다. 따라서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팀의 4번 타자로 이미 점지되었으며 시즌 말엽 6번 타자로 나서던 강정호는 이날 김민성과 자리를 맞바꿔 5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현수는 이날 나이트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맥을 못 췄다. 특히 2-2로 맞선 6회초 1사 3루서 초구를 그대로 공략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며 주자를 홈으로 이끌지 못한 것은 이날 경기 승부처였음을 감안하면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강정호도 니퍼트를 결정적인 순간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김현수보다 더 좋은 기회였던 3회말 2사 만루. 앞서 니퍼트가 4번 타자 박병호를 고의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작전을 펼쳤던 만큼 선수 개인의 자존심에 있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강정호는 유격수 앞으로 흐르는 땅볼을 때려내며 2-2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지 못했다. 유인구에 헛스윙 삼진당하는 등 오히려 니퍼트의 공에 말려든 스윙을 일관하고 말았다.
기록은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고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커다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경기에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경기에 앞서 김현수는 나이트에 대해 “페넌트레이스는 페넌트레이스일 뿐이다. 나이트도 내게 좋은 공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나도 경계심을 느슨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그러나 결과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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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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