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철벽 계투작전이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적어도 9회 2사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처리하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믿었던 마무리 손승락이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넥센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터진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둔 넥센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손승락의 블론세이브다.
양팀 선발 브랜든 나이트(넥센)와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그럭저럭 자신들의 몫을 잘 수행한 한 판이었다. 5회까지 2-2로 맞섰다. 결승점은 6회 나왔다. 선두 박병호가 볼넷을 골랐고 1사 후 김민성의 투수 앞 땅볼 때 니퍼트가 공을 더듬어 병살로 연결되지 못하고 2사 2루가 됐다. 여기서 이성열의 좌익수 옆 적시타가 나오며 3-2가 됐다.

두산도 만회의 기회는 있었다. 7회 1사 후 정수빈이 좌전안타로 물꼬를 텄다. 그러나 넥센 벤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투 작전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한현희였다. 두산이 오재일 대타 카드를 썼으나 중견수 이택근이 잘 잡아냈고 이 때 스타트를 끊었던 정수빈을 1루에서 잡아냈다. 두산의 공격 흐름이 끊기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한현희가 두산의 대타 카드를 잘 막아낸 셈이 됐다.
두산은 8회에도 1사 후 주자를 내보냈다. 이종욱이 볼넷을 골랐다. 발 빠른 주자라 넥센으로서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여기서 넥센은 좌타자 오재원의 타석 때 좌완 강윤구를 올려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무리 손승락을 올렸다. 손승락이 역시 대타 최주환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8회를 마무리했다. 두산의 대타 카드가 다시 한 번 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손승락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무너졌다. 손승락은 김현수와 홍성흔을 차례로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승리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이원석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고 정수빈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았다. 중견수 이택근이 좋은 수비를 했으나 이원석이 혼신의 슬라이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리를 예감했던 넥센 불펜진이 두산의 뚝심에 당했다.
손승락은 올 시즌 46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구원 부문 타이틀을 따낸 특급 마무리다. 4타자 세이브에 대한 경험도 많았다. 넥센이 8회 2사에 손승락을 올린 것도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역시 변수가 많았다. 손승락이 1차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함에 따라 넥센의 투수진 운영에도 다소간 부담이 생겼다. 다만 9회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승리해 내상은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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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