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가을야구 경험의 중요성은 허상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0.09 06: 28

"말로는 즐긴다고 해도 몸이 느끼는 건 다르다". 
두산과 넥센의 2013 준플레이오프는 경험과 패기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최근 10년간 무려 8번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는 팀이다. 반면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나갔다.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양 팀의 27인 엔트리만 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까지 두산 선수 27명의 포스트시즌 출전 경기수는 총 489경기. 반면 넥센은 5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두산 베테랑 홍성흔은 프로 생활 14년 중 11년을 포스트시즌에 나가 85경기를 뛰었다. 경험에서는 확실히 두산이 유리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평소 작전 수행을 잘 하던 선수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모습에서 경험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두산 김현수도 "말로는 즐긴다고 해도 막상 경기에 나가면 몸이 느끼는 게 다르다"고 큰 경기에서 느끼는 중압감 설명했다. 
홍성흔도 "포스트시즌에서 제일 많이 뛰었는데도 매번 긴장이 된다. 롯데에서도 그렇고 두산에서도 그렇고매년 포스트시즌을 할 때마나 긴장된다. 경험이 많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넥센에서 큰 경기 경험이 비교적 많은 이택근도 "후배들보다 내가 더 긴장을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막상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를 열어보니 큰 경기 경험 여부는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었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는 데뷔 첫 포스트시즌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역시 첫 출전이었던 서건창도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위기에서 등장한 구원 한현희와 강윤구에게서도 긴장감이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반면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두산이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시즌-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한 김현수가 이날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종욱도 3타수 무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결정타를 많이 맞았던 마무리 정재훈은 끝내기 안타의 희생양이 됐다. 양의지의 2루 송구 실책을 비롯해 수비와 주루에서 여러차례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가을야구에서 패한 경험이 오히려 부담과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박병호는 "긴장이 되겠지만 즐기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잃을 것 없는 넥센의 패기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두산의 경험을 압도했다. 스코어는 4-3 한 점차였지만 생각보다 그 차이가 컸다. 흔히 말하는 가을야구 큰 경기 경험의 중요성, 적어도 1차전에서는 허상으로 드러났다. 2차전부터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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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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