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에서의 호성적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깨끗하게 지워졌다. 박병호(28, 넥센)는 박병호였다. 박병호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박병호의 앞뒤에 위치하는 이택근(33)과 강정호(27)도 ‘박병호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넥센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터진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9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두산의 기세를 끊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을 잡은 넥센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경기의 마무리는 이택근이었지만 시작은 역시 박병호였다.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라는 중압감에 전혀 굴하지 않았다. 첫 타석이었던 1회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팀 안팎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두산이 박병호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고의사구로 걸어나갔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을 기록했다. 1회 쓴 맛을 본 두산은 박병호와의 승부를 꺼렸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창 물이 오른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벌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집중견제, 혹은 최대한 피해가는 전략이 예상된다. 때문에 결국 넥센 타선의 키는 박병호의 앞뒤에 위치하는 이택근과 강정호가 쥐고 있다는 평가다. 두 선수가 박병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넥센은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다면 박병호 견제라는 두산의 전략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 9회 터진 이택근의 끝내기도 박병호라는 존재감이 한 몫을 거들었다. 2사 2,3루에서 정재훈은 박병호를 의식해 이택근과 정면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1루를 채우는 전략은 박병호의 존재감 앞에 폐기 처분됐다. 여기에 박병호가 출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5번 혹은 6번에 위치할 또 하나의 힘 있는 타자 강정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정호의 한 방마저 터진다면 넥센은 확실한 기선제압이 가능하다. 남은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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