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고의4구에 웃다가 울었다. 고의4구 작전의 양면성을 실감한 1차전이었다.
두산은 지난 8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4 아쉽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팀 타율과 출루율 1위의 두산이 이날 경기에서는 3득점에 그친 게 아쉬웠다. 반면 넥센의 강력한 타선을 4점으로 묶은건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적절한 고의4구 작전이 통한 결과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결국 고의4구 때문에 울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위기 상황에 따라 박병호와 승부를 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고의4구 작전은 3회말 2사 2·3루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박병호 타석이 되자 두산 포수 양의지를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서 고의4구로 걸러냈다.

2-2 동점으로 맞선 3회. 경기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의4구가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1차전의 중요성,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의 타격감을 고려할 때 고의4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결국 2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강정호를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두산의 고의4구는 9회말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나왔다. 1사 2루 서건창 타석. 두산 투수 윤명준은 1~2구 모두 볼로 던졌다. 볼카운트가 몰리자 두산 포수 최재훈은 벤치의 사인을 받고 고의4구로 걸렀다. 1사 1·2루에서 장기영-이택근과 승부를 택한 것이다. 두산은 투수를 윤명준에서 마무리 정재훈으로 바꾸며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너무 위험한 승부였다. 후속 타자 장기영은 좌타자에 발이 빠르기 때문에 병살타가 많지 않다. 올해 병살타가 4개 뿐이었다. 또 하나 장기영을 병살타로 잡지 않는 이상, 이택근과 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전 4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친 이택근이지만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타자라는 점에서 두산의 고의4구는 상당한 모험이었다.
결국 정재훈은 장기영을 땅볼로 잡아낸 뒤 계속된 2사 2·3루에서 이택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1루가 비어있었지만 또 고의4구를 할 수 없었다. 다음 타자가 박병호이기에 어떻게든 승부를 해야 했고, 이택근이 이를 놓치지 않고 역이용했다. 공격적인 타격으로 끝내기 안타를 만든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3회 성공한 고의4구가 9회에는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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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