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교체 끝낸' 서울월드컵경기장, 더이상 '논바닥 사태' 없어야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0.09 07: 01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논바닥' 같던 잔디를 교체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교체를 완료했다. 올여름 혹독한 무더위와 장마 등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치르며 잔디가 심하게 망가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2 가량이 교체돼 패이고 망가진 부분이 모두 보수됐다.
12일 브라질전을 앞두고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던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이로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잔디의 통상적인 활착기간이 15일에서 25일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열흘 정도밖에 여유가 없지만, 대신 평소보다 5cm 이상 두텁게 깔아 이 부분을 보완했다.

경기 당일 전날인 11일 열리기로 예정된 기도회도 잔디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예정이다. 잔디를 교체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전 전날인 11일 8만 명 가량이 참석하는 기도회가 열린다는 사실이 축구팬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지만, 확인 결과 이날 행사는 그라운드를 사용하지 않고 객석만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은 "그라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허가를 내준 것으로 안다"며 잔디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 말많고 탈많은 잔디교체, 왜 이제서야?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리그 일정 중에는 잔디를 교체할 생각도 없이 지내다가 브라질전을 앞두고서야 남의 눈을 의식해 부랴부랴 잔디를 교체하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은 "당초 잔디교체 계획은 2013년 사업계획 당시 수립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잔디교체 적기인 가을에 잔디를 교체하게 된 것"이라며 "경기 일정과 활착기간을 고려해 시기를 결정하다보니 K리그 및 국제경기 일정으로 그동안 전면적인 잔디교체를 실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잔디교체 적기인 하반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0회 이상의 경기일정이 잡혀있다. 때문에 전면교체 대신 부분보수를 실시했으나 잔디가 활착하기 전에 계속 경기가 있어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축 당시 잔디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기선 서울대 농대 교수는 OSEN과 통화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쓰인 잔디는 켄터키 블루그라스로 한지형 잔디인데 봄, 가을철에 생육환경이 가장 좋다. 때문에 잔디교체 작업 역시 봄, 가을에 주로 이루어지게 된다"며 "문제는 이번 해 잔디교체 적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일정이 너무 많았다"며 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매년 더 심해지는 '논바닥 잔디', 토양부터 개선해야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사실, 보다 원칙적인 문제에서 따져봐야한다. 김 교수는 "현재 배수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장 건축 당시 배수시설은 최신공법을 사용했는데 그 위를 덮은 30cm 산토층을 12년 동안 교체 없이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단단히 다져진 토양 위에 잔디만 갈다보니 배수가 되지 않아 잔디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들어진 후 12년 동안 토양은 물론, 잔디의 전면교체가 이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기에 경기 시작 전 물을 뿌리는 관례 때문에 습기가 많아져 잔디 생육에 더욱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는 잔디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억 원 선이라면 토양교체까지 실시할 경우 7~8억 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 있다.
김 교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잔디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사용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비롯한 잔디의 전면 교체와 잔디의 회복이 더딘 7~8월 여름철 휴식이 필요하다"며 "덥고 습하더라도 바람이 잘 통하면 잔디의 회복이 빠르다.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송풍기 여러 대를 가져다놨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측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자문회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 송풍기 추가구매를 통한 그라운드 습기제거 강화 ▲ 과도한 관수(물뿌림) 관례로 인한 과습현상 방지 ▲ 계절별 사용료 차등적용을 통한 여름철 휴식기 확보 등의 방법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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