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22, 전북 현대)은 이번 시즌 지옥을 맛 봤다. 물론 지금이 지옥은 아니다. 이재명은 전북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서 입지를 다져 박원재와 팽팽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시즌 초만 해도 왼쪽 측면 수비의 주인은 박원재였지만, 지금도 "박원재"라고 답할 이는 드물다.
시즌 초 이재명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이재명에 대한 팀 내 평가가 좋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6월 말 최강희 감독이 복귀하고, 주전이었던 박원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왼쪽 측면 수비 자리는 이재명의 몫이 됐다. 이재명은 힘들게 잡은 자리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지난 3일 전북 완주 클럽하우스서 만난 이재명은 "시즌 초에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날 믿어주시니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다.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 기회가 없어서 더 위축됐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노력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6월까지 K리그 클래식 출전이 6경기밖에 안된 이재명은 7월부터 지금까지 12경기에 출전하며 총 18경기에 나섰다.
당초 이재명은 박원재라는 수준급의 측면 수비수가 있는 탓에 주전 경쟁 생각을 하지 않고 전북에 왔다. 하지만 주전 경쟁을 넘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치기 시작했다. 당시를 떠올린 이재명은 "처음에는 많이 배운다고 생각을 하고, 원재형을 따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선수는 경기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출전 선수 명단조차 들어가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이적 후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었다. "팬들에게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재명은 "나에 대한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 놓았다.
이제는 입지를 다진 이재명이지만 만족은 하지 못하고 있다. "수비적인 면에서 발전은 조금 했지만 공격은 아직"이라는 이재명은 "아직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이 있다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개인적으로 공격으로 나가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패스가 잘 되지 않는다. 같이 왼쪽서 뛰는 레오나르도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다보니 그런 면이 있다."고 전했다.
시즌 개막 전 "3골 10도움이 목표"라고 했던 이재명은 현재 2도움에 머무르고 있다. "시즌 초 목표랑 현실이 너무 다르다"며 머리를 긁적인 이재명은 "목표를 바꿨다. (결승전에 진출한) FA컵에서 우승을 한 뒤 K리그 클래식도 우승을 했으면 한다. 특히 지난해 경남에서 뛰면서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에 졌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