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몸쪽 공략과 코스 분배. 다소 과하기도 했으나 주자 견제로 타자의 수를 흐트러뜨리고 결정구를 구사하는 베테랑급 투구를 펼쳤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이 팀의 천적 박병호(27, 넥센 히어로즈)를 잡고 호투를 펼쳤다.
유희관은 9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등판해 7⅓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5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이 상대 선발 앤디 밴 헤켄의 호투에 묶이며 점수를 단 한 점도 지원해주지 못해 유희관의 빛나는 호투는 노디시전으로 끝났다. 대타 오재일의 타점이 유희관을 살렸으나 뒤를 이은 홍상삼의 블론세이브가 귀신 같이 이어졌다.
1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을 1루수 플라이로 처리한 유희관은 서동욱도 2루 땅볼로 일축하며 2아웃을 쌓았다. 그러나 유희관은 이택근에게 던진 5구 째 체인지업(122km)이 몰리는 바람에 중전 안타를 허용,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팀의 천적이자 전날(8일) 솔로포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던 박병호와의 대결. 유희관은 물러서지 않고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로 막아냈다. 2회말 유희관은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2루수-중견수-우익수 사이 뚝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를 허용했다. 김민성을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강정호의 2루 도루로 1사 2루가 된 순간. 유희관은 이성열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유한준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으나 2루 주자 강정호의 태그업으로 2사 1,3루 이어진 위기를 맞은 유희관. 허도환의 몸에 맞는 볼로 유희관은 2사 만루 최대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서건창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 가까스로 무실점을 이어갔다.
3회말 선두타자 서동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중심타선 앞 위기를 자초한 유희관. 이택근 타석에서 견제를 많이 가져가며 타이밍을 흐트러뜨린 뒤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후속 타자는 바로 박병호. 2구 째를 친 박병호의 타구는 담장 가까이 갔으나 이는 중견수 이종욱의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유희관은 강정호를 1루수 뜬공처리하며 또다시 위기를 넘겼다.
4회를 경기 첫 삼자범퇴로 마친 유희관은 5회말 1사 후 서건창의 밀어치기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도루 타이밍을 간파하며 포수 최재훈의 호송구까지 더불어 서건창의 도루를 막고 서동욱을 삼진처리하며 5이닝 무실점 째를 기록했다.
타선 지원이 없음에도 유희관은 잘 던졌다. 6회말 이택근을 삼진처리한 유희관은 박병호와의 세 번째 대결서 인코스 공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우익수 뜬공으로 박병호의 무안타를 이끌었다. 강정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유희관은 김민성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7회 삼자범퇴 호투를 펼치며 넥센 타선을 요리한 유희관이다.
8회에도 서건창-서동욱을 막기 위해 등판한 유희관. 그러나 유희관은 서건창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서동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뒤 두산은 유희관을 마운드서 내리고 우완 홍상삼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러나 홍상삼은 이택근의 삼진 처리 후 고의볼넷 폭투에 이은 재폭투로 서건창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
이날 유희관의 호투는 단순한 호투 그 이상이었다. 1차전서 거포의 아우라를 풍기며 두산 투수진을 겁먹게 했던 박병호를 3타수 무안타로 처리했다는 점. 그리고 위기에서 떨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는 점에서 유희관은 굉장히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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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