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수비가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 했다.
넥센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끝내기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을 마크,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넥센으로서는 수비 때문에 울다가 웃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한판이었다.
올해 넥센은 실책이 97개로 롯데(98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팀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시즌 전 최소 실책을 목표로 했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산 김진욱 감독은 "넥센 수비가 약하지 않다"며 기록된 실책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을 강조했다.

2차전에서 이 같은 넥센의 수비가 잘 나타났다. 외야수들의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두산의 빠른 발을 저지했지만 세심한 부분에서 정교하지 못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안정감 있는 수비를 자랑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아쉬운 실책성 플레이들이 나오며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경기 중반까지 넥센의 수비는 탄탄했다. 6회 1사 1루에서 김재호의 2루 도루를 포수 허도환이 저지에 성공하며 흐름을 끊었다. 7회 선두타자 정수빈이 투수 앞 번트 안타 때에는 외야의 백업 플레이가 돋보였다. 투수 앤디 밴헤켄이 1루로 악송구했고, 그 사이 정수빈이 2루를 노렸다.
하지만 1루 뒤쪽으로 백업을 들어와있던 우익수 유한준이 2루로 송구아웃시키며 실책성 플레이를 전화위복삼아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아냈다. 1차전에서 7회 이택근의 호수비 이후 보살에 이어 2경기 연속 외야에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두산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수비가 흔들렸다. 0-0으로 맞선 8회 1사 1·3루. 두산 대타 오재일이 유격수 쪽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땅볼 타구를 쳤다. 다소 깊은 타구였지만 유격수 강정호가 캐치한 뒤 2루수 서건창에게 송구하며 1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켰다.
이어 서건창이 1루로 더블플레이를 노렸으나 송구가 원바운드로 빗겨나가며 뒤로 빠져나갔다. 3루 주자 허경민이 홈인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두산 1루주자 오재원의 슬라이딩이 깊게 들어갔고, 이에 무게 중심이 흔들린 서건창이 글러브에서 공 빼는 속도도 느렸고 송구마저 부정확했다. 발이 빠르지 않은 오재일을 감안하면 병살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9회 수비도 치명적이었다. 무사 2루에서 두산 정수빈의 번트 타구를 넥센 투수 손승락이 3루를 쳐다보다 한 바퀴 돌며 뒤늦게 1루로 던졌다. 그러나 송구가 1루수의 키를 넘었고 이종욱이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며 득점을 만들었다. 9회말 동점을 만들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결승점이 될뻔 했다.
넥센의 수비는 10회에도 울리다 웃겼다. 1사 후 오재원의 잘 맞은 타구를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몸을 내던지며 잡아냈다. 캐치까지는 좋았으나 송구가 너무 높았다. 1루수 박병호 키를 훌쩍 넘어갔고 그 사이 오재원이 2루로 내달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정호의 송구가 1루 덕아웃 광고판을 맞고 박병호 쪽으로 다시 굴러왔고, 재빨리 유격수 강정호에게 다시 송구하며 오재원을 태그아웃시켰다. 들었다 놨다 수비의 결정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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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