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2] 명품 선발전, 불펜 흔들 졸전으로 돌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09 18: 22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진 명승부였다. 결코 질 수 없다는 양팀의 기세가 목동에서 정면 출동했다. 그러나 이 명승부의 빈틈은 선발투수들이 내려간 뒤 만들었다. 경기 막판 양 팀 불펜에서 모두 어설픈 플레이, 그리고 좋지 못한 투구 내용이 나오며 점수가 났고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린 두산이 패배의 쓴맛을 봤다.
넥센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 터진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로 이겼다. 이로써 넥센은 전날(8일)에 이어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좋은 분위기와 함께 1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열릴 3·4차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찜찜함을 남기는 한 판이었다. 단지 그 상처가 진 두산 쪽에 더 크게 새겨졌을 뿐이었다.
7회까지는 0의 행진이 이어졌다. 양팀 선발 앤디 밴헤켄(넥센)과 유희관(두산)의 호투가 이어졌다. 밴헤켄은 7⅓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유희관도 밴헤켄과 같은 7⅓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두 선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점수는 단 한 점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불펜 요원들이 흔들리며 ‘어설픈’ 득점이 경기 막판 쏟아졌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8회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8회 1사 1,3루 상황에서 대타 오재일이 유격수 땅볼을 쳤으나 넥센 2루수 서건창의 중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오재일이 1루에서 살았다. 두산은 남은 두 번의 수비에서 이 점수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8회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내주며 벤치와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홍상삼의 긴장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8회말이었다. 포수가 양의지로 바뀐 상황에서 선발 유희관이 선두 서건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가 시작됐다. 넥센도 두산의 8회와 마찬가지로 서동욱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이에 맞서는 두산의 투수 교체도 똑같았다. 두산 벤치는 투구수가 105개에 이른 유희관을 빼고 홍상삼을 투입했다.
대기하고 있는 타자는 이택근과 박병호였다. 홍상삼은 이택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병호 타석 때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왔다. 두산 벤치는 박병호를 거르라는 사인을 보냈다. 양의지도 일어섰다. 그런데 홍상삼의 초구가 양의지의 키를 넘기며 2루 주자 서건창이 3루까지 갔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의사구 상황에서의 폭투였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양의지가 다시 자리에 앉은 상황에서 홍상삼의 또 한 번의 폭투가 나오며 서건창이 홈을 밟았다. 폭투 2개로 2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한 셈이 됐다. 과도한 긴장이 부른 어이없는 폭투 2개였다. 홍상삼은 8회에만 세 번의 폭투를 저지르며 두산 팬들을 긴장케 했다.
넥센도 웃지 못했다. 9회 마무리 손승락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8회 1사에서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9회 선두 이종욱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도루까지 내줬다. 그 후가 문제였다. 정수빈의 투수 앞 희생번트 때 손승락은 3루에 미련을 뒀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3루를 한 번 쳐다본 뒤 늦은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1루로 던진 손승락의 송구는 빗나갔고 2루에서 3루를 돌던 이종욱이 홈을 밟아 공짜로 점수가 났다. 역시 긴장한 손승락의 판단 착오가 아쉬웠다.
하지만 불펜이 흔들린 두산은 이런 넥센의 실책을 자신들의 운으로 돌려놓지 못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이 선두 김민성에게 볼넷을 줬다. 먼저 스트라이크 두 개를 잡은 뒤 볼 네 개를 연거푸 던졌다. 두산은 전날 끝내기 안타의 희생양이 됐던 정재훈을 올렸다. 하지만 장기영의 희생번트 이후 유한준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렸다.
두산 벤치는 윤명준을 올렸으나 경험이 없는 윤명준도 흔들리는 마찬가지였다. 유한준에게 도루를 허용했고 문우람에게도 끝내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가 됐다. 유인구가 번번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두산은 윤명준이 다음 타자 서건창에게 초구에 볼을 던지자 베테랑 김선우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지며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서건창이 김선우의 유인구를 끝까지 골라내며 밀어내기 득점에 성공했다. 김선우가 서동욱 이택근을 처리하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으나 경기는 동점이 된 후였다.
끝내기가 나온 10회에도 1사 1루에서 오현택의 견제구가 뒤로 빠지며 박병호가 3루까지 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김지수의 끝내기가 나왔다. 두산은 마지막까지도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명품 선발전이 양팀 불펜진에 의해 졸전으로 끝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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