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오후 11시. MBC와 SBS가 새 수목드라마를 동시에 선보이며 격전을 펼친 가운데, ‘당신의 누아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단막극이 가치는 높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법 선방한 셈이다. 이처럼 단막극 ‘당신의 누아르’가 대중성까지 잡은 데는황찬성, 채정안, 홍경인 등의 출연배우의 힘이 컸다.
황찬성은 9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당신의 누아르'(극본 김욱 연출 이소연)에서 고등학교 은사 진이현(채정안 분)을 짝사랑하는 이형주로 분해 처연한 짝사랑을 연기했다. 여기에 홍경인은 아내에게 집착하는 의처증 남편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소재는 다소 진부했다. 고교 시절 부임해온 선생님에게 첫 눈에 반한 제자가 순정을 쏟는 이야기였다. 촉망받던 유도선수 형주는 이현에게 첫 눈에 반하지만, 그녀를 희롱한 동급생들과 시비가 붙으며 인생이 달라졌다. 상대가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며 형주의 유도 인생도 끝이 났다.

그렇게 조폭이 된 형주는 사회에 나와 이현과 우연히 재회하지만, 그녀가 검사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형주의 든든함에 이현 역시 흔들리나 싶었지만, 결국 형주는 한 검사에 의해 살해당하며 애달픈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렇게 소재는 진부했지만, 유려한 영상 연출과 뻔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가 '당신의 누아르'를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우선 황찬성은 교복을 입고 등장해 사랑에 빠진 수줍은 남학생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여기에 매서운 눈빛과 날렵한 액션연기로 조폭이란 남자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었다. 아련한 사랑에 빠진 애달픈 연기부터 조직에 배신당해 쓸쓸하게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찬성에게선 ‘아이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홍경인의 연기변신도 돋보였다. 홍경인은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의처증 남편을 완벽하게 소화, 시시때때로 변하는 이중적인 엘리트 검사를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여기에 채정안은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무기력해진 연약한 여성을 연기,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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