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보다 오히려 더 위급한 상태다. 선수들의 연이은 실수는 물론 코칭스태프의 어긋난 투수 교체 타이밍도 결국 2연패로 이어졌다. 준플레이오프 남은 3경기 중 한 경기만 지면 시즌이 끝나는 두산 베어스. 3년 전 ‘우리가 왜 안 되는데’라며 반문, 선수단을 일깨웠던 외국인 좌완 레스 왈론드의 ‘why not'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두산은 지난 8~9일 목동 원정 2연전서 각각 3-4, 2-3으로 패하며 뼈아픈 2연패를 당했다. 그것도 모두 끝내기 패배.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인 만큼 두산은 이제 넥센에 단 한 번만 더 지면 2013시즌을 그대로 마치게 된다. 김진욱 감독 체제 2년 간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를 밟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냥 2연패가 아니라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 1차전 더스틴 니퍼트는 6이닝 3실점으로 기본 몫을 해냈고 2차전 선발 유희관은 7⅓이닝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는 등 선발 투수들이 자기 몫을 해냈으나 결정적인 순간 투수진에서도 야수진에서도 실수가 나오며 잡을 수 있던 경기를 모두 놓쳤다. 중심타선은 침묵했고 필승 계투진은 그냥 계투진이 되었다. 코칭스태프의 전략도 잇달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접전 끝 2연패로 분명 내상이 깊다.

첫 두 경기 전패는 지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당시 두산은 1차전서 5-10, 2차전서 1-4로 패하며 2연패로 몰렸다. 안방 잠실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넘어갔고 특히 당시 홀드왕(23홀드)으로 가장 믿을만한 계투였던 정재훈이 1차전 전준우, 2차전 이대호(현 오릭스)에게 결정적인 홈런을 내주는 바람에 패한 것이 치명타와 같았다.
그러나 두산은 이후 3차전 6-5 신승에 이어 4차전 11-4 대승으로 분위기를 뒤집은 뒤 5차전 선발 김선우의 5이닝 2실점 호투와 불 뿜은 타선 화력을 앞세워 11-4 승리를 거두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얻었다. 백업 포수 용덕한(현 롯데)이 준플레이오프 5경기 9타수 6안타(6할6푼7리) 4타점으로 MVP가 되었고 4차전 9회 정수빈이 임경완(현 SK)으로부터 때려낸 쐐기 쓰리런은 시리즈 분위기를 두산쪽으로 확실히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당시 두산 선수단을 깨운 것은 외국인 좌완 레스 왈론드가 라커룸과 덕아웃에 붙인 ‘Why Not' 문구였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퇴출설에 휩싸인 미운 오리 같았던 왈론드는 포스트시즌 계투로 등판하며 3차전서 선발 홍상삼을 구원해 3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40km대 초중반의 직구와 주무기인 파워커브로 이대호-홍성흔이 버텼던 롯데 타선을 유린했다.
왈론드는 ’왜 안 돼‘라며 반문하는 문구를 쓴 것 뿐만 아니라 스스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 와서 견제를 배우다니”라는 냉소 섞인 평을 받던 왈론드지만 적어도 그는 2010년 가을 가장 뛰어났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좋은 성적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투지로 동료들과 팬을 감격하게 했기 때문이다.
안일한 생각으로 ‘이제 틀렸구나’라고 생각하면 두산의 올 시즌은 그냥 끝난다. 게다가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안 좋은 편이다. 비관적으로 보면 박빙 상황에서 믿고 맡길 계투가 없어 보일 정도다. 그러나 3년 전 두산이 2연패 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했던 데는 믿음을 사지 못했던 왈론드가 ‘우리가 왜 안 되는데’라며 동료를 격려하고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것이 촉매제가 되었다.
코칭스태프는 엔트리 내 모든 선수를 믿어야 하고 선수들은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들어야 한다. 2차전서 두산 코칭스태프는 힘을 갖춘 우타자 최준석을 그저 위장대타 카드로 소모하고 말았고 유격수 손시헌을 쓰지도 않았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을 다독이고 가능한 모든 카드를 써야하며 선수들도 맹렬히 달려들어야 한다. 여기서 끝나면 두산은 ‘그럭저럭 가을야구는 갔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는 그저 그런 4위팀’으로 남게 된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