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과 이대호에서 대가 끊길 뻔 했는데 박병호가 이어가고 있다".
두산 중심타자 홍성흔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대 4번타자 박병호(27)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승엽과 이대호에서 대가 끊길 뻔했는데 박병호가 그것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박병호가 결정적 상황에서 보여준 타격은 정말 대단했다. 다른 선수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임팩트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말대로 박병호는 이승엽과 이대호 이후로 끊길 뻔한 한국프로야구의 거포 명맥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생애 첫 30개의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올해에도 37개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거포가 사라지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에 남아있는 진정한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한 가지 검증되지 않은 게 큰 경기에서 활약이었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수많은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를 통해 큰 경기에서도 해결사로 활약한 최고 타자였다. 반면 박병호에게는 두산과 준플레이오프는 첫 포스트시즌으로 하나의 시험대와 같았다. 기대반 우려반이었지만 박병호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으로 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
큰 경기에서 4번타자는 많은 견제를 받게 되어 있다. 이승엽도 이대호도 가을에는 언제나 상대의 견제에 시달렸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박병호도 다르지 않다. 그는 1차전 첫 타석부터 중월 솔로 홈런을 폭발시키며 거포의 존재감을 자랑하자 두산에서는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나치게 견제를 하고 있다.
이미 1차전에서 홈런을 때린 후 2개의 볼넷을 얻었고 그 중 1개는 고의4구였다. 2차전에서는 선발 유희관이 정면승부를 택하며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8회 볼넷을 얻는 과정이나 10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병호의 강력한 위압감이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든 것이다.
특히 2차전 8회가 대표적이었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박병호 타석이 되자 두산 포수 양의지가 자리에서 일어서 고의4구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투수 홍상삼이 양의지 머리 위로 넘어가는 어이 없는 폭투를 저질렀다. 양의지가 자리에 앉자 이번에는 원바운드 폭투가 나왔다. 박병호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박병호의 존재로 이길 수 있었다. 폭투도 나왔고, 마지막 사구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경기에서 박병호는 5타수 1안타로 타율이 2할이다. 하지만 4개의 사사구를 골라내며 출루율은 5할5푼5리. 굳이 방망이를 돌리지 않아도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는 공포의 존재가 되어가고있다. 박병호 스스로 상대와 싸움에서 주도권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큰 경기마저 지배하며 이승엽-이대호급 수준으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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