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감독이 바라던 '미친 선수', 김지수가 해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0.10 06: 35

"한 경기에 한 명씩 미치는 선수가 나온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지난 7일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키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경기에 한 명씩 미치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명씩 갑자기 튀어나온 깜짝 스타가 팀의 승리를 이끄는 일이 많았다. 단기전인 만큼 중심타자들에게는 견제가 집중된다. 마운드 싸움도 팽팽하다. 그 안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 중에 한 명이 '터진'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공수에서 집중력이 높은 포스트시즌에서 무명의 선수가 깜짝 활약을 펼치기는 어렵다. 지난 9일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온 넥센 내야수 김지수 역시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2-2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10회말. 1사 1루에서 김지수가 나오자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김지수는 아웃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병살을 막으려면 1루주자 박병호가 빨리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타석에서 연거푸 파울을 커트하며 힛앤런 작전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개의 견제구가 상황을 바꿔놨다. 두산 투수 오현택이 1루에 던진 견제구가 뒤로 빠지는 사이 박병호는 3루까지 뛰었다. 김지수는 당황한 오현택의 첫 번째 공을 차분하게 받아쳐 우중간으로 날리며 팀의 역대 포스트시즌 첫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만들어냈다.
중앙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김지수는 그동안 넥센의 화려한 내야진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올해 전력에 합류한 그는 올 시즌 넥센 내야진에 불미스러운 전력 이탈이 생기면서 7월초 팀에 합류해 주로 대수비로 출장했다.
올 시즌에도 고작 37경기에 출장해 60타석에 들어서는 데 그친 김지수는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자신의 가장 가치있는 안타를 쳐내며 '미치는 선수'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줬다. 팀 역시 창단 첫 가을야구에서 2연승으로 승승장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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