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불펜이 또 단기전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에도 이런 문제로 고전한 바 있는 두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불펜이 올해도 팀의 발목을 붙잡을 위기다.
두산은 8일과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모두 졌다. 2경기에서 모두 진 것도 뼈아픈 일인데 과정도 좋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9회,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2경기 연속 끝내기의 희생양이 됐다. 이런 불명예를 차치하더라도 이제는 벼랑 끝에 선 두산이다. 한 번의 패배는 곧 가을의 종료를 의미한다.
예상보다 저조했던 팀 타선의 공격력도 2경기 패배의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불펜이다. 1차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 2차전 선발 유희관은 비교적 잘 던졌다. 브랜든 나이트-앤디 밴헤켄이라는 넥센의 원투펀치에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펜이 결정적인 순간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결국 연거푸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으며 주저앉았다. 불펜의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두산 불펜은 지난해에도 가을 잔치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두산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먼저 내주는 등 고전한 끝에 결국 1승3패로 탈락했다. 그리고 그 3번의 패배가 모두 역전패였다. 1·2차전에서는 믿었던 홍상삼이 피홈런 악몽에 시달리며 무너졌고 4차전에서는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불펜 투입이라는 강수가 악수로 돌아왔다. 믿을맨이 됐어야 할 팀 마무리 스캇 프록터는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순간 마운드에 있었다.
사실 두산 불펜의 전력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지적된 문제다. 확실한 마무리도, 확실한 좌완 스페셜리스트도 없다. 넥센에 비하면 분명 불펜 전력은 처진다. 그러나 걸리는 것은 두산이 가진 불펜 자원들을 적시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투수 교체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다. 떨어지는 전력을 100% 활용하지도 못하니 부진이 도드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2차전에서도 그랬다. 두산은 8회 상대에 좌타자 두 명(서건창 서동욱)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한 선발 유희관을 계속 끌고 갔다. 포스트시즌의 중압감, 그리고 팀이 먼저 1점을 뽑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교체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왼손 자원이 없는 팀 사정이 이를 머뭇거리게 했다. 이를 시작으로 뒤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들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나서야 했다.
홍상삼이 8회 점수를 내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9회 다시 팀이 점수를 내며 앞서 나간 것은 8회의 악몽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두산 벤치는 홍상삼을 밀어붙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김민성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이는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 윤명준 김선우에게 모두 부담이 됐다. 세 선수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결국 모두 확실한 마무리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두산 불펜은 “투수 교체가 한 박자 늦다”는 지적을 받았다. 4차전 패배 직후에도 김진욱 감독은 “5차전을 생각하고 투수 운영을 잘못한 감독의 책임”이라고 했었다. 니퍼트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프록터를 아끼다 결국 역전패의 비운을 맛본 것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올해 불펜 운영에 지난해 교훈이 반영된 모습은 아니다. 그 당시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면 성적도 나아지지 못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두산의 지난해 최종 성적은 4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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