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채정안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채정안이라고 했을 때 상기되던 도시적인 이미지를 날려버린 채 '맞는 여자'로 분해 가슴 시린 공감을 이끌어냈다.
채정안은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의 가을 멜로 특집의 두 번째 작품 '당신의 누아르'(극본 김욱, 연출 이소연)에서 주인공을 맡아 2PM 황찬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당신의 누아르'는 조폭의 막내인 형주(황찬성 분)가 자신이 속한 조직을 검거하러 온 검사를 미행하던 중, 검사의 아내가 바로 자기가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생님 이현(채정안 분)임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형주는 이현을 다시 만나며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어하고, 이현도 순수하고 따뜻한 형주에게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채정안은 바로 전작이 MBC '남자가 사랑할 때'였기에 당시 캐릭터에 대한 잔상이 강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그는 초반부터 과감한 액션 연기와 함께 변화무쌍한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도도하고 카리스마 강한 백성주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그간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역전의 여왕', SBS '카인과 아벨', 영화 '순정만화' 등을 통해 세련된 미모와 몸매를 뽐내며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선보여왔던 채정안이기에 섬세한 감정이 물 흐르듯 전개되는 단막극은 마치 다른 옷을 입은 듯 새로워보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관록의 연기자임을 입증하며 연기자로서 한 뼘더 넓은 모습을 제시했다.
극 중 이현은 감정과 아픔을 안으로 숨기고 삭히며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인물. 그런 그가 예전 사제 지간이었던 남자를 만나며 작은 감정에 설레임을 느끼는 모습은 가을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늘하늘 청순하지만, 슬픔의 정서가 강한 이현은 남편의 집착과 폭력에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결국 남편을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가련한 여자였다. 채정안은 이 비련의 여주인공을 완벽 소화해내며 불안한 심리와 사랑의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상대역 황찬성의 안정된 연기와 이로 인한 주인공들의 화학작용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 몫했다.
"왜 나한테 잘해주는거야? 난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는데"라는 이현의 말에 형주는 와락 그녀를 끌어 안고 "내가 그 사람 죽일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누굴 죽이겠다는 말이 참 로맨틱하게 들리네?"라고 답하는 이현의 대사가 귓가를 울린다.
한편 1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당신의 누아르'는 전국 기준 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방송된 드라마스페셜 '비의 나라'(3.4%)보다 0.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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