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전혀 다른 색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여주인공 대결도 관전포인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KBS 2TV '비밀'의 황정음의 오열과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야망을 드러낸 MBC '메디컬탑팀' 정려원의 까칠함, 보는 것만으로도 짠한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박신혜의 가난상속자 연기는 상반된 캐릭터 속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황정음은 극 중 애인 도훈(배수빈 분)의 죄를 대신해 감옥살이를 하며 인생이 180도 뒤바뀐 유정을 연기하고 있다. 황정음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도훈을 뒷바라지하는 억척 순정녀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수감 생활을 계기로 애절한 모성애와 아이를 빼앗긴 분노를 표출했다.

출소 후에도 황정음은 아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정신줄을 놓은 멍한 눈빛, 또 치매 증상이 심해져 아이가 된 아빠 우철(강남길 분)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빛 등, 인생의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연기로 안방극장을 울리고 있다.
반면 지난 9일 첫 방송된 '메디컬탑팀'의 정려원은 독종 서주영을 연기하며 야망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려원은 천재 의사 박태신(권상우 분)과 대립하며 진료 외에는 타인에게 냉소적인 까칠한 여의사를 연기했다. 특히 정려원은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의사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앞으로 그가 보여줄 당당한 서주영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 '상속자들'의 박신혜는 가난을 상속받은 차은상을 연기하며 억척녀와는 또 다른,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여고생을 그려냈다. 언어장애인인 엄마(김미경 분)와 단둘이 살아가는 은상은 어쩔 수 없이 생계전선에 뛰어들며 엄마를 돕지만 엄마가 얻어 온 음식에 화를 내고야 마는 18세 여고생. 박신혜는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탈출을 꿈꾸는 18세 소녀의 예민한 감성을 여린 눈물 연기로 표현해냈으며 이후 제국그룹 상속자 김탄(이민호 분)을 만나 신데렐라로 변신하게 될지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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