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류 1세대로 분류되는 배용준, 이병헌, 류시원 등은 무엇보다도 자상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일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 사람 모두 백만 불짜리 훈훈한 미소를 지닌 것이 공통점. 각자 작품을 통해 훈훈한 이미지와 따뜻한 매력을 풍긴 것이 한류 붐을 조성한 키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여기, 원조 한류스타들의 자상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베이스로 마치 아이돌처럼 발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매력까지 추가, 미소천사의 세대교체를 이뤄내고 있는 기대주를 만났다. 일본에서 어느덧 네 번째 팬미팅 투어를 가진 배우 남궁민이다.
남궁민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에 걸쳐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개 도시를 돌며 총 3000명 규모의 팬들을 만나는 팬미팅을 벌였다. 이번 팬미팅은 지난 1월에 이어 9개월 만에 일본 팬들과 가까이 만난 자리. 남궁민도 팬들도 9개월 전 애틋했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다시 한 자리에 모여 격한 기쁨과 감동을 나눴다.

6일 도쿄에서 1회 1000명과의 만남에 이어 8일 오사카에서는 500명씩 총 2회의 팬미팅을 진행했다. 이어 어제(9일) 나고야에서 500명씩 총 2회의 만남을 끝으로 남궁민의 '웰컴 투 드리민 파티(Welcome to DREAMIN PARTY)'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남궁민의 노래와 춤은 다소곳한 일본 팬들도 춤추게 한다
오사카 팬미팅 당일, 오후 2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OBP 비즈니스 원형홀에는 상당수의 팬들이 몰렸다. 리허설을 위해 오전 10시 공연장에 도착하자 이미 남궁민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남궁민은 리허설부터 마치 본 행사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임했다. 지난 세 번의 팬미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사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 의상부터 무대, 음악과 영상 등을 직접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남궁민의 개인 스태프(의상,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는 물론 소속사 식구들과 일본 측 스태프까지 총출동했지만 행사를 리드하는 카리스마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두 시간이 넘는 리허설이 끝나고 짧은 휴식 시간이 지나 1시부터 팬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500석 규모의 소극장은 금세 남궁민의 사진과 서툰 한국어 메시지 플랜카드를 든 팬들로 꽉 찼다.

2시 정각, 마침내 오사카에서의 1회가 문을 열었다. 일본 팬들 특유의 질서정연한 분위기는 남궁민이 깜짝 등장하자 삽시간에 반전됐다. 단정한 슈트 차림의 그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일본곡 '세상 중에 누구보다 꼭'을 부르며 무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에도 남궁민은 팬미팅 중간 '원 러브'를 라이브로 들려주며 팬들의 심금을 울렸고 클로징 때는 김종국의 '사랑스러워'와 이문세 원곡의 '붉은 노을' 등 댄스곡을 라이브로 부르며 퍼포먼스까지 완벽 소화, 발라드와 댄스를 오가는 전천후 매력을 발산했다.
남궁민의 소속사 디딤531 최윤배 대표는 "팬미팅을 준비하는 동안 '구암 허준'과 '실업급여 로맨스' 촬영이 계속돼 사실상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틈을 내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다. 특히 클로징 무대를 위해 댄스팀과 머리를 맞대고 연습에 매진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더 나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씨, 이렇게 깜찍한 남자였스므니까?
일본 팬미팅에서는 그간 국내에선 볼 수 없던 남궁민의 숨겨진 면모가 만개했다. 주로 어둡고 진중한 작품이나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는 알고 보니 애교와 장난기가 가득하고 유머러스한 면모가 많은 남자였다. 서툰 일본어로 소통을 시도하며 팬들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도 하고 능청스러운 농담과 유연한 센스로 좌중을 들었다놨다하는 카리스마도 발휘했다.
남궁민의 한마디 한마디에 까르르 넘어가고 두 볼이 발그레해지는 현장의 팬들은 70% 이상이 40대 이상의 여성들. 많은 한류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아줌마 부대'의 전폭적인지지 속에 남궁민은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휘저었다.
오프닝에 이어 근황과 작품에 대한 토크, 사진과 영상에 대한 토크, 팬들의 질문에 대한 남궁민의 답변 시간, 팬들의 소원 들어주기 이벤트, 남궁민의 한국어 강좌, 남궁민이 배우는 일본어 등 다양한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내가 왜 이렇게 귀여워진 거지?"라는 말로 남궁민조차 팬들과의 만남에 신바람이 난 스스로를 놀라워할 정도. 특히 추첨을 통해 무대로 초대한 팬들을 위한 이벤트에서는 '3초간 허그', '머리 쓰다듬기', '손등 키스' 등 두근대는 스킨십과 애교 미소로 분위기를 최고조에 올려놓았다. 설레는 이벤트를 직접 경험한 팬들은 "꿈만 같다", "너무 감격스럽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눈물인 난다", "(키스 받은) 이 손은 씻지 못할 것 같다"는 벅찬 소감을 밝히며 나머지 팬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팬들은 남궁민의 재치 입담에 박장대소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경청했다. 남궁민은 팬미팅 중간 직접 무대 아래로 내려가 객석 사이를 돌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대화하고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인지 남궁민은 꽤 많은 팬들의 얼굴 혹은 이름을 직접 기억하고 있었다.
팬미팅 종료후 이벤트로 마련된 '악수회'에서는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며 "지난번에도 만났었죠?","얼굴이 낯이 익네요", "오늘도 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이미 여러 번 팬미팅을 찾아와 남궁민을 응원했고 이번 투어에서도 도쿄에서부터 오사카, 나고야로 이어지는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따라 다니는 지극정성을 기울였다.

미소천사 세대교체는 지금부터다!
클로징 직전엔 남궁민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편지를 팬들에게 읽어주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전한 편지는 일부 팬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도 만들었다. 또 그는 "한국에서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계속 이어져 많은 준비를 못해온 것 같아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 다음엔 더 좋은 모습, 더 새로운 것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히며 끝까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도쿄에 이어 오사카 팬미팅까지 연이어 참여했다는 아키코(여, 42세) 씨는 "'내 마음이 들리니'란 드라마를 보고 남궁민을 좋아하게 됐다. '마루 오빠'(극중 남궁민의 캐릭터)를 보기 위해 도쿄부터 오사카까지 함께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만날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밝히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팬(여, 61세) 씨는 "남궁민을 알게 된 후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신사적인 미소와 중저음의 목소리에 끌렸다"며 "많은 한국 배우들이 이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남궁민은 그들과 또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남궁민은 지난 2011년 김재원, 황정음과 주연한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당시 차동주(김재원)의 수호천사이자 봉우리(황정음)에 대한 애틋한 순애보를 간직한 남자로, 우수에 찬 야망가를 완벽 연기해 국내외에서 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일본 팬들이 늘어났고 지난해 첫 일본 팬미팅을 시작으로 그 사랑에 보답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현지의 행사 주최 관계자는 "기존의 한류스타들이 갖춘 자상하고 훈훈한 매력을 갖춘 데다 멜로와 사극, 코믹 장르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점이 일본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며 "특히 배용준 이병헌에 이어 권상우 송승헌 그리고 소지섭과 공유 등으로 이어진 한류 시장에서 단지 폼만 잡는 이미지가 아니라 개구쟁이 같고 귀여운 면모로 어필하며 팬들과 적극 소통하는 점이 남궁민의 고속 성장을 기대케 한다"고 평했다.
네 번째 일본 팬미팅을 마친 남궁민은 "사실 '내마음이 들리니' 이후 2년 정도 작품 활동을 쉬었는데도 여전히 그때의 환호를 반겨주시는 팬들 때문에 깜짝 놀란다"며 "앞으로도 작품뿐 아니라 멀리 있는 팬들에게 직접 찾아와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려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소천사의 세대교체는 현재진행형이다. 욘사마, 뵨사마의 따뜻한 원조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달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카리스마가 일본 팬들을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한편 남궁민은 최근 MBC '구암허준' 종영 후 E채널 '실업급여 로맨스'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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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 53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