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장준환 감독)가 개봉 첫날 3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청소년 여진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범상치 않은 다섯아빠들과 아들의 대결'이란 설정부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소년 화이(여진구)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범죄 집단의 냉혹한 리더 석태(김윤석), 그리고 한 발의 총성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이들의 갈등과 복수를 그린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만든 장준환 감독의 장편영화 복귀작으로 그 파격적인 소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우화, 신화에 빗댄 비유극 등으로 읽는 분위기가 크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지닌 아빠들. 그 중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이자 화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버지'가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아들은 이 아버지에게서 자꾸 '괴물'을 본다.

아버지는 김윤석, 아빠들은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등이 연기해 시너지를 낸다. 다들 범죄자이긴 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아빠, 착하고 따뜻한 아빠, 똑똑한 아빠, 능글거리는 아빠, 친구같은 아빠 등 그 모습이 다양한데 종합해보면 한 사람이 될 지도 모를 아빠의 모습을 각기 세분화시켜놓은 듯한 모습이다. 화이는 그런 아빠들이 유일하게(혹은 유일할지도 모르게) 사랑하는 존재이나, 동시에 아빠들에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는 가장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영화는 화이가 진실을 마주치게 되는 지점을 기점으로 전반-후반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경찰과 조직 등이 그물망처럼 연결된 수사물 장르가 합쳐져 일반 복수극과는 조금 맥을 달리한다. 잔혹한 폭력이 난무하지만 주인공 화이의 순수함이 이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갖기도 한다.
자기를 닮기를 원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립하는 아들. 화이에게 중요하고 걸림돌이 되는 것은 범죄자 아빠들이 저지르는 반사회적인 '악행'이 아닌 아버지가 아들한테 행한 '나쁜 짓'이었다. 괴물을 삼킨 아이 화이의 복수극은 할리우드 영화 '킬 빌'의 우마 서먼 복수극 같은 단순한 짜릿함은 없다. 대신 묵직한 질문이 있다. "아버지 절 왜 키우신거예요?" 라는화이의 질문은 스크린에서 공허한 외침이 된다. 그리고 이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답은 관객의 몫이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화이'는 개봉일이었던 지난 9일 전국 734개 스크린에서 36만 289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다. 누적관객수는 36만 7921명.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하루 35만명이 넘는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흥행 결과를 주목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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