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는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
짜릿한 카운터 펀치로 한국인 최초 UFC 9승을 달성한 '스턴건' 김동현(32)에게 3라운드는 없었다. 2라운드 안에 상대 에릭 실바(29, 브라질)를 쓰러뜨린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김동현은 실바를 실신 다운으로 내몬 정확한 왼손 펀치가 행운이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김동현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브라질 상파울루 바루에리 호세 코레아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29 코메인 이벤트에서 에릭 실바를 2라운드 KO로 물리쳤다. 이로써 김동현은 한국인 최초로 9승(2패 1무효) 고지에 밟았다. 반면 에릭 실바는 이날 패배로 UFC 3패째를 당했다.

브라질 수페르 루타스에 따르면 김동현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에릭 실바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동현에게 이번 대회는 중요했다. 웰터급 톱 10에 진입하고 UFC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바를 꺾어야 했다.
이어 김동현은 "그렇지만 3번째 라운드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실바를 KO로 눕힌 카운터 펀치에 대해서는 "순간적으로 기회가 보였고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경기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알린다는 각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했다.
실제 김동현은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서 위기에 몰렸다. 일방적인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실바를 상대로 계속된 하체 공격에 이은 테이크다운 시도로 기선을 제압했던 1라운드와는 달랐다. 여유가 넘쳤던 1라운드와는 달리 2라운드는 체력을 소진한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2라운드 시작부터 실바에 펀치를 허용, 충격을 받고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동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실바의 공격을 꾸준하게 버텨내던 김동현은 실바의 왼손이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운터 펀치를 안면에 적중시켰다. 김동현의 주먹은 실바를 그대로 무너뜨리며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운이 좋았다"고 털어놓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자심감과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동현의 한 방이 제대로 빛난 경기였다.
한편 김동현은 이날 경기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를 수상해 상금 5만 달러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는 이날 열린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KO승을 거둔 파이터에게 주는 상. 김동현은 2008년 UFC 데뷔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받은 적이 없어 더욱 뜻깊은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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