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노경은에게 강한 면모를 선보였던 김민성(25, 넥센)이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천적의 이름을 다시 과시했다.
김민성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3루수 및 5번 타자로 출전, 0-3으로 뒤져 있던 7회 무사 1,2루에서 호투하던 상대 선발 노경은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끌려가던 분위기를 한 번에 뒤집는 결정적 홈런이었다.
사실 노경은에게 꽁꽁 묶인 넥센 타선이었다. 6회까지 안타 3개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반면 삼진은 7개나 당했다. 노경은의 빠른 공과 절묘하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넥센에는 ‘노경은 천적’ 김민성이 있었다. 이택근의 3루 강습 내야 안타, 그리고 박병호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노경은의 141㎞ 직구가 높게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 당겨 좌월 3점 홈런을 기록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1·2차전에서 6번 타자로 나섰던 김민성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5번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정호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전략도 있었지만 그만큼 노경은에게 강했다는 점도 고려된 선택이었다. 실제 김민성은 올 시즌 노경은을 상대로 9타수 6안타(.667)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볼넷이 하나, 2루타가 4개나 돼 출루율(.727)과 장타율(1.111)의 합인 OPS가 1.838에 달했다.
자신감이 있었을까. 김민성은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치며 감을 조율했다. 역시 비교적 정확한 타이밍에서 맞았다. 그리고 7회에는 2B-1S 상황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감 있는 스윙이었다. 이는 동점을 만드는 홈런이자 노경은을 강판시키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노경은으로서는 ‘천적’ 세 명을 7회에 모두 만난 것이 어쩌면 불운이었다. 올 시즌 10타석 이상을 상대한 넥센 타자 중 가장 약했던 세 명이 바로 김민성(.667) 이택근(.445) 박병호(.444)였다. 이택근을 내야안타로 내보냈고 박병호와는 결국 승부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김민성에게 결정적 홈런 한 방을 얻어맞으며 땅을 쳐야 했다.
skullboy@osen.co.kr
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