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선두타자를 상대하며 구위와 구속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습안타로 출루시킨 선두타자. 그러나 호투 중이던 에이스를 팀은 그대로 밀고 나가고자 했고 선수도 책임감을 앞세웠다. 앞선 두 경기서 계투난으로 경기를 내줬기 때문. 그런데 결과는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고 두산 베어스 에이스 노경은(29)은 고비를 넘기지 못한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노경은은 11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사사구) 3실점으로 3-3으로 맞선 7회초 마운드를 변진수에게 넘기고 말았다. 지난해 잠실구장서 8승2패 평균자책점 2.01로 강력했던 노경은은 올 시즌에도 잠실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3.22로 호성적을 올렸으나 한 순간을 넘지 못했다.
6회까지 노경은은 3개의 안타를 내줬으나 출루는 허용하되 2루도 허용하지 않는 멋진 투구를 펼치며 넥센 타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7회초 이택근의 3루 강습타구 때 3루수 이원석이 부상 위험에도 불구, 송구하는 투혼을 보여줬으나 이는 내야안타가 되었다. 이미 이택근을 상대하면서 노경은의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정상적이었다면 이것이 노경은의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무사 1루서 박병호와의 대결. 풀카운트서 노경은의 폭투가 크게 튀어올랐고 이 공이 뒤로 흐르면서 박병호의 출루로 이어졌다. 무사 1,2루로 노경은의 사실상 경기 첫 위기였다. 그리고 4구 째 직구(141km)를 당겨친 김민성의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는 동점 스리런으로 이어졌다. 경기 첫 위기는 결국 노경은의 호투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며 두산은 노경은의 교체 타이밍을 확실히 잡지 못했다. 투구수가 100구 미만이기는 했으나 이택근 타석에서 구속이 점차 떨어지며 변화구도 일찍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노경은. 그러나 두산은 앞서 1~2차전서 모두 계투 난조로 인해 끝내기 패배로 경기를 내줬다. 마무리 정재훈은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1차전 이택근에게 끝내기타를 내줬고 신예 필승 카드 윤명준은 2차전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팔스윙이 이미 소극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라며 우려를 비췄다.
시즌 내내 마무리로 돌아올 것이라던 홍상삼은 2차전서 어이없는 고의 볼넷 폭투를 저지르는 등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오현택도 2차전 견제 악송구에 이은 끝내기타 허용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승부처에서 누굴 믿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 두산은 결국 노경은을 더 끌고 가다 김민성에게 동점 스리런을 허용했다.
뒤를 이은 2년차 사이드암 변진수는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왜 자신을 3차전에서야 썼는지 무언의 답을 보냈다. 구위가 떨어진 선발을 가능한 끌고 가고 싶어했던 코칭스태프의 고육책. 결국 이는 뼈아픈 동점포로 이어졌고 에이스를 눈물 흘리게 했다. 팀은 연장 14회까지 가는 끝에 이원석의 끝내기타로 4-3 승리를 거두며 한 경기를 더 치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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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