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을 덜어주려는 양팀 벤치의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타순 변화는 그 일환이었다. 그런 양팀이 받아들인 결과는 달랐다. 김현수(25, 두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강정호(26, 넥센)는 이날도 살아나지 못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양팀은 타순에 변화를 줬다. 목동에서 2연패를 기록해 벼랑 끝에 선 두산은 김현수를 원래 자리인 3번 타자 및 좌익수로 돌렸다. 목동 2연전에서 4번의 부담 탓인지 8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현수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김진욱 두산 감독의 의도였다. 수비도 원래 위치인 외야로 돌아갔다.
넥센도 5번이었던 강정호를 6번으로 내려 김민성과 자리를 바꿨다. 강정호 역시 2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강정호는 올 시즌 노경은을 상대로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노경은에게 강했던 김민성(.667)을 5번으로 놓으며 공격력 강화와 강정호의 부담 줄이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희비는 엇갈렸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 김현수는 살아났다. 시작부터 팀의 첫 득점을 책임졌다. 1회 1사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선취점을 냈다. 여기에 3-3으로 맞선 9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리며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비록 이어진 상황에서 두산이 득점에 실패하며 끝내기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라는 꼬리표를 어느 정도 떼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반면 강정호는 이날도 부진했다. 노경은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고 결국 이날 5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연장 12회 1사 1루에서는 2루수 방면 병살타로 물러나며 기회에서도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택근 박병호 김민성으로 이어진 클린업트리오는 제 몫을 했지만 결국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로 지목된 강정호의 부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넥센으로는 찜찜한 기분을 남기는 경기였다.
여기에 넥센은 연장 14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두 선수가 4차전에 임하는 기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살아난 기분에서 4차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강정호는 더 큰 부담과 함께 4차전에 임하게 됐다. 넥센 타선이 고민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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