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3] 이겼지만 아쉬움 남긴 두산 교체 카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11 22: 50

3점의 리드를 지키겠다는 의지, 그리고 9회 경기를 끝내겠다는 벤치의 의지가 교체 카드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두산의 교체 작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렇게 두산의 가을도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으로 앞선 7회 김민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불펜의 분전, 그리고 연장 14회 터진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가까스로 4-3 승리를 거뒀으나 전반적으로 찜찜함을 남기는 경기였다. 교체 카드가 그랬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선발 노경은이 호투를 거듭하는 동안 타선도 차곡차곡 점수를 뽑았다. 1회에는 김현수가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4회에는 2사 후 최준석 홍성흔이 연속타자 홈런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그리고 두산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몇몇 교체 카드에서 그 의지를 잘 읽을 수 있었다.

두산은 6회 2사 후 최준석이 볼넷을 골라나갔다. 여기서 허경민을 대주자로 냈다. 최준석이 한 타석 정도를 더 소화할 수 있었지만 두산은 최준석을 빼면서 기동력과 수비를 강화시켰다. 4회 홈런에서 보듯 언제든지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는 위압감이 있는 최준석을 뺐다. 공격을 희생하면서 지키는 야구로 선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후속타자 홍성흔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점에는 실패했다. 여기에 ‘지키는 야구’의 핵심이었던 노경은이 7회 김민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자 결과적으로 ‘빠진’ 최준석의 공격이 아쉬워지는 양상으로 돌변했다. 실제 두산은 그 이후 13회까지 점수를 한 점도 내지 못하고 고전했다.
9회 교체 카드도 다소 의아했다. 두산은 3-3으로 맞선 9회 선두 김현수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현수를 대주자 임재철로 바꾸고 타자였던 오재일은 정수빈으로 바꿨다. 정수빈에게 번트를 지시해 1사 3루를 만들고 후속타자들에게 끝내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임재철은 김현수에 비해 발이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정수빈을 대주자로 내는 것이 더 합당한 선택으로 보였다.
결국 두산은 1사 3루에서 홍성흔의 중전안타성 타구가 유한준에게 잡히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3루 주자 임재철은 안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해 홈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결국 유한준의 슬라이딩 캐치 때 3루로 귀루해야 했다. 1사 상황이라 일단 3루 베이스에 붙어 있다 안타 혹은 아웃을 확인하고 다음 플레이로 이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베테랑 임재철이 이를 놓쳤다.
교체 카드는 경기 후반 두산의 공격을 어렵게 했다. 11회 무사 3루라는 중대한 위기를 막아낸 두산은 선두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러나 이미 3·4번에 위치한 김현수 최준석은 모두 빠진 뒤였다. 해결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수비적인 야구로 선회한 두산이었지만 결국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공격을 희생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이기며 벼랑 끝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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