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나가도 좋으니까 팀이 오늘 이겼으면 좋겠어요".
어린 투수의 바람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넥센 히어로즈가 2연승 후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고 문성현(22)이 그 짐을 짊어졌다.
넥센은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려 연장 14회까지 가는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장 시간 혈투 끝에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다시 4차전으로 그 결정이 넘어갔다.

문성현은 이날 경기 전 "내일 선발로 나간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안나가도 좋으니까 팀이 오늘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팀은 11회 무사 3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등 타선이 침묵한 끝에 7명의 투수를 내고도 패했다. 심리적, 체력적 타격이 큰 일전이었다.
12일 4차전 선발로 예고된 문성현은 지친 불펜진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도록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주는 것이 일단 목표다. 문성현은 시즌 도중 선발로는 10경기에 나와 5승3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5번 있었다. 두산전은 시즌 도중 등판한 적이 없다.
후반기 오재영과 함께 선발진에 투입되며 김영민, 강윤구의 빈 자리를 깔끔하게 메워준 문성현이다. 무엇보다 선발로 나와 54이닝 동안 46탈삼진 17볼넷을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공격적이고 씩씩한 피칭을 하는 것이 문성현의 장점이다. 피안타율은 2할6푼5리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문성현은 이날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점도 최소화해야 한다. 전날 야수들은 14회까지 수비에 나서며 '파김치'가 됐다. 그래도 이겼다면 피로를 잊었겠지만 힘겹게 싸우고도 졌다는 허탈감이 크다. 야수들의 지원이 없어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만약 시리즈가 2승2패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면 더 타격이 큰 것은 넥센이다. 5차전까지 갈 경우는 어느 팀이든 체력 고갈로 제대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기 어렵다. 지금 4차전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것은 넥센이다. 그리고 그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영건 문성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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