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노경은 눈물, 책임감의 다른 이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12 06: 51

6회까지 그는 상대에게 2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맹위를 떨쳤다. 동점 스리런을 허용한 뒤 다행히 계투 요원들의 호투가 이어지며 에이스가 허용한 불의의 일격은 동점을 내준 정도에 그쳤다. 통한의 스리런을 내주고 노경은(29, 두산 베어스)이 흘린 눈물. 이는 그가 지닌 책임감의 다른 말이다.
노경은은 11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사사구) 3실점으로 3-3으로 맞선 7회초 마운드를 변진수에게 넘기고 말았다. 지난해 잠실구장서 8승2패 평균자책점 2.01로 강력했던 노경은은 올 시즌에도 잠실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3.22로 호성적을 올렸으나 한 순간을 넘지 못했다.
6회까지 노경은은 3개의 안타를 내줬으나 출루는 허용하되 2루도 허용하지 않는 멋진 투구를 펼치며 넥센 타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7회초 이택근의 3루 강습타구 때 3루수 이원석이 부상 위험에도 불구, 송구하는 투혼을 보여줬으나 이는 내야안타가 되었다. 이미 이택근을 상대하면서 노경은의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정상적이었다면 이것이 노경은의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무사 1루서 박병호와의 대결. 풀카운트서 노경은의 폭투가 크게 튀어올랐고 이 공이 뒤로 흐르면서 박병호의 출루로 이어졌다. 무사 1,2루로 노경은의 사실상 경기 첫 위기였다. 그리고 4구 째 직구(141km)를 당겨친 김민성의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는 동점 스리런으로 이어졌다. 경기 첫 위기는 결국 노경은의 호투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다행히 팀은 연장 14회까지 가는 끝에 이원석의 끝내기 우전 안타로 4-3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노경은은 강판 후 동점 스리런을 내줬다는 자책감에 휩싸여 덕아웃으로 물러난 후 눈물을 흘렸다. 이는 방송 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해졌다.
지금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발이 된 노경은이지만 이전까지 그는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2군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투구를 펼쳣으나 1군에 와서는 제구난에 휩싸였고 그리고 재활 혹은 난조로 다시 2군으로 내려가기 일쑤였다. 한때는 팬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고 그 비난에 제 분을 못 이겼던 애증의 투수였다. 그러나 그는 주변인의 관심과 끊어지지 않은 기대 덕택에 다시 기회를 잡고 부동의 1군 투수로 자리잡았다.
비로소 자신의 1군 기록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노경은은 “이제는 내가 팀, 그리고 날 붙잡아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공헌할 장이 생겼다”라며 당장에 안심하기보다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했다. 지난 시즌 12승6패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활약한 데 반해 올 시즌은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1차 스탯은 안 좋아진 느낌이지만 그는 국내 선발 투수 중 얼마 안 되는 개근상 수상자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아픔을 뒤로 하고 과부하 현상에 휘말리지 않은 개근 선발이다.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등판을 거르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돌아오는 가을 야구에서 제가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록은 6이닝 3실점이지만 6회까지 노경은은 상대에게 2루 조차 허용하지 않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목동에서의 아픔을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맹활약하고자 했던 노경은은 6회까지 그 어느 에이스가 부럽지 않은 피칭을 펼쳤다.
비록 7회 김민성에게 동점 스리런을 내주며 노경은의 호투 기록은 그냥 선발 투수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정도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노경은은 6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선발승과 인연이 없었으나 어쨌든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지 않은 데는 노경은의 호투가 한 몫 했다. 한 순간의 홈런에 아쉬워하며 흘린 노경은의 눈물은 가까스로 다음 기회를 얻게 된 팀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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