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천적’에 대한 지표도 마찬가지다. 3차전에서 김민성(넥센)과 노경은(두산)의 관계가 그랬다. 그렇다면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 이재우(33, 두산)와 문성현(22, 넥센)을 괴롭힐 천적은 누구일까.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이 연장 14회 극적인 끝내기 4-3 승리를 거둠에 따라 준플레이오프도 4차전이 필요해졌다.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에 양팀은 이재우와 문성현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이재우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고 문성현은 패기가 돋보이는 신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 잠실벌에서 정면충돌한다.
이재우는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5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후반기에는 꾸준히 선발로 나섰다. 구위 자체가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하다는 평가지만 노련하고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다는 데 기대를 건다. 문성현은 17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린 선수이긴 하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싸움닭 같은 선수”라며 배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결국 두 선수의 선발 싸움이 이번 경기의 관건이다. 두산과 넥센은 전날 연장 14회 혈전을 펼쳤다. 두 팀 모두 불펜이 지쳐 있다. 두 선수가 최소 5이닝 정도를 안정적인 흐름으로 가져가야 막판 불펜 자원들을 총출동시키며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이는 두 투수를 먼저 무너뜨리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재우는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6경기에 1승 평균자책점 6.57의 성적을 냈다. 선발 등판은 2경기였다. 그다지 썩 좋지 못했던 성적이지만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는 3.07이라는 수준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런 이재우에게 가장 강했던 넥센 타자는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이재우를 상대로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3볼넷을 기록, 타율 6할-출루율 7할5푼을 기록했다. 3차전까지 1할에도 못 미치는 타율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는 강정호가 힘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외에도 문우람(.500) 유한준(.500)이 이재우에게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반대로 김민성(.200)은 썩 재미를 보지 못했고 박병호가 이재우를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문성현은 올 시즌 두산전에 등판 내역이 없다. 올 시즌 자료가 없는 가운데 지난해 문성현을 상대로 가장 강했던 선수는 김동주(.600)와 고영민(.500)이었다. 그러나 올해 두 선수는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이 선수들을 제외하면 정수빈(.500)과 허경민(.500)이 좋은 성적을 냈다. 표본 자체가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최준석(.400) 김현수(.333) 이종욱(.333)도 평균 이상의 성적이었다.
문성현이 올 시즌 도루 허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두산 발야구와의 정면 충돌을 예상케 한다. 문성현은 올 시즌 2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동안 4명의 주자를 횡사시킨 전력이 있다. 이른 시점에서 공략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문성현의 초구 피안타율은 4할8푼1리였고 초구가 스트라이크든 볼이든 2구째 피안타율 역시 모두 4할을 넘었다. 문성현과 두산 타자들의 초반 기싸움 결과에 따라 경기 양상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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