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할 것이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4)이 11년 동안 기다린 포스트시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박용택은 11일 구리 2군 구장에서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 시리즈에 대비한 팀 연습에 임했다. 이날 매섭게 배트를 돌린 박용택은 “시즌이 좀 더 길었다면, 타격왕은 내 차지가 됐을 것이다”고 최근 컨디션을 전하며 입을 열었다.

프로 데뷔해였던 2002시즌, 박용택은 그야말로 ‘겁 없는 신예’였고,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LG 또한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난적 현대를 만났지만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에선 KIA와 최종전까지는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섰다. 그리고 박용택은 플레이오프 5경기서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4타점 3득점으로 시리즈 MVP가 됐다. 마지막 5차전서 홈런 2개를 터뜨려 한국시리즈를 향한 다리를 놓았다.
박용택은 11년 전을 돌아보며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게 뛰었던 거 같다.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가을잔치를 해서 관심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신났다”며 “사실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야구선수 또한 페넌트레이스 기간 돈을 받고 일하는 비즈니스맨 아닌가. 이제부터는 그저 보너스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이 끝나자 박용택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극적으로 2위를 탈환, 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지은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 맺혔던 한도 풀렸다. 프로에서 보낸 11년 동안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자리했지만, LG는 박용택의 활약과는 무관하게 고전했다. 초라했던 팀 성적표가 한 해 한 해 쌓여갈수록 박용택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박용택은 “내가 팀의 중심이 돼야 했는데 팀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책임감이 무겁게 나를 억눌러온 지난 10년이었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마침내 마음의 짐을 놓은 박용택은 이제 그토록 기다려온 가을잔치를 만끽하려고 한다. 박용택은 “두산과 넥센 모두 할만하다. 두 팀에 류현진처럼 딱히 어렵다고 느끼는 투수는 없는 것 같다”며 “사실 관중들로 가득한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훨씬 집중이 잘 된다. 응원 함성이 가득하면, 투수의 공도 잘 보이고 상황 판단도 빨리 이뤄진다. 반면, 썰렁한 경기장에선 주위 소음도 들리고 산만한 느낌이다. 두산이나 롯데를 상대로 잘 하는 것도 이러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용택은 그동안 두산과 롯데에 유난히 강했다. 올 시즌 두산과 롯데를 상대로 전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1푼3리를 올렸다. 특히 사직구장에선 4할5푼5리로 괴력을 과시했다. 관중수가 많은 문학구장 또한 4할1푼9리, 잠실구장에선 3할3푼7리로 큰 무대서 박용택의 진가가 드러났다. 관중수 1만 이상인 경기서 3할4푼9리를 기록한 반면, 5천 미만인 경기에선 2할6푼1리에 그쳤다.
박용택이 가을잔치서 기대를 거는 것 또한 이러한 부분에 있다. 박용택은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빅경기보다 관심도도 높고, 관중도 많다. 그만큼 더 잘 할 것이다”며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큰 무대니까 오히려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아무래도 1번 타자로 나갈 것 같은데 포스트시즌에서는 도루도 적극적이지 않을까 싶다. 다쳐도 시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려고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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