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불펜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2년차 듀오 변진수(20)와 윤명준(24)이 위기의 두산을 구하며 불펜 싸움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지난 11일 넥센과 2013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했다. 1~2차전 연속 끝내기 패배로 벼랑끝에 몰렸던 두산은 3차전에서 연장 14회 접전 끝에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갔다. 두산에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1~2차전에서 두산의 발목을 잡은 불펜에 깜짝 스타들이 등장하며 기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변진수-윤명준이 3이닝씩 총 6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다.
두산은 1~2차전에서 불펜이 무너지며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 3차전도 마찬가지. 선발 노경은이 6회 투구수 100개를 넘으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김민성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은 것도 결과적으로는 교체 타이밍의 실패. 하지만 그전까지 노경은의 구위가 워낙 좋았고, 두텁지 못한 불펜으로 인해 교체 시기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7회 이후 넥센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흐름을 가져온 건 바로 두산의 불펜이었다. 자칫 그대로 무너질 법했지만 두산은 사이드암 변진수가 7~9회 3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틀어막으며 넥센의 끓어오르는 흐름을 막았고, 윤명준이 10~12회 3이닝을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끝내기 말판을 마련했다.
특히 변진수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3경기 1승을 올리며 4⅔이닝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배짱투를 펼쳤던 변진수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차전이 되어서야 등판 기회를 잡았다. 시즌 때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기에 결정적 승부처에 그를 올리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변진수는 최고 143km 힘있는 직구로 정면승부하며 넥센타자들의 기세를 눌렀다. 두려움없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주도권을 다시 두산 쪽으로 가져왔다. 50개의 공을 던지며 롱릴리프 가깝게 소화한 변진수는 지난해에 이어 포스트시즌 4경기 7⅔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가을에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윤명준의 호투도 빼놓을 수 없다. 윤명준은 1차전에서 끝내기 주자를 내보내 패전투수가 됐고, 2차전에서 제구력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3차전에서도 연장 11회 어이없는 1루 견제 악송구 범하며 자멸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12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2년차로 실질적인 신인이지만 3경기 연속해서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오르며 큰 경험을 쌓고 있다. 스스로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산은 필승조 홍상삼과 정재훈의 위태위태한 피칭으로 불펜에서 불안감을 가졌다. 하지만 2년차 듀오 변진수와 윤명준이 잠재력을 발산하며 위기의 팀을 구했다. 두산 불펜, 결코 약하지 않았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좋은 불펜이라는 게 3차전에서 증명됐다. 변진수-윤명준의 역투가 두산의 불펜을 일으켜세웠다.
waw@osen.co.kr
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