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윅스’ 김소연 “박재경, ‘아이리스’ 선화 보다 짠해요”[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0.12 13: 54

배우 김소연은 막 한 작품을 마친 홀가분함과 여운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인터뷰 장소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신 활기 넘치는 인사를 건넸고, 좋은 배역을 만들어 준 소현경 작가와 감독, 제작진을 향해 일일이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드라마 속 카리스마 넘치던 박재경 검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소녀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투윅스’를 찍는 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 짠한 여자 박재경을 떠나보냅니다
“막 촬영이 끝났을 때는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과 다른 분들에겐 죄송할 정도로 너무 좋았거든요?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어제 인터뷰 앞두고 ‘투윅스’를 쭉 보고 나니 (바쁜 촬영 스케줄로 그간 모니터링 정도만 할 수 있었단다.) 여운이 있는 것 같아요. 재경의 마지막 신 때문에 더 그런가 봐요. 그게 재경에겐 최고의 엔딩이었죠. 그래도 다음엔 밝은 걸 해야겠어요”

살인자 누명을 쓰고 2주간의 긴 도주극을 벌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극본 소현경 연출 손형석, 최정규)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지난달 26일 종영했다. 김소연은 극 중 주인공 장태산(이준기 분)을 도와 악당 문일석(조민기 분)과 조서희(김혜옥 분) 검거를 위해 힘쓰는 박재경 검사로 등장했다. 박재경은 친한 동생 오미숙(임세미 분)을 문일석의 내연녀로 위장시킨 후 문일석의 비리를 담은 장면을 디카로 촬영하게 해 사건의 발단을 만든 인물. 겉으로는 ‘허당’ 검사지만 안으로는 부모님의 원수 문일석-조서희를 잡기에 일생을 건 사연있는 여자다. 오미숙은 결국 디카 사건으로 문일석에게 보복 살해를 당한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제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선 ‘아이리스’의 김선화가 제일 짠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박재경 캐릭터도 그 못지않은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그래도 ‘투윅스’ 이후의 박재경은 좀 더 성장해서 남의 어려움을 봐주고 부패 사건에도 앞장서 나서는 그런 열혈 검사가 돼 있지 않을까요?”
 
◆ 시청률은 아쉽지만, 자랑스러운 작품 ‘투윅스’
‘투윅스’는 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경쟁작 SBS ‘주군의 태양’에 다소 밀리는 듯 했다. 김소연은 “이번엔 정말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청률 조사 제대로 하는 게 맞나요?(웃음) 이번엔 정말 아쉬워요. 감독님이 드라마의 퀄리티를 끝까지 안 놓치시려고 노력하셨어요. 가끔 스케줄은 너무 빡빡한데 감독님이 이렇게 오래 찍으셔도 되나 싶을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을 쓰셨어요. 본방 사수의 짜릿함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못 느끼셨다는 게 아쉬워요. ‘투윅스’는 정말, 조금 나중에 생각해도 자부심이 드는 드라마일 거예요”
그래도 선의의 경쟁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경쟁작 ‘주군의 태양’이 ‘검사 프린세스’, ‘닥터 챔프’로 좋은 인연을 맺었던 진혁 감독을 비롯 “사랑하는 스태프들”이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촬영 중에도 진혁 감독이나 스태프들과 연락하며 견제를 하기도 하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제 사랑하는 스태프들이 거기에 다 있어요. 박수를 쳐 드리고 싶고, ‘주군의 태양’을 다운 받아서 보고 싶어요. 작품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어요. 촬영하면서도 가끔 진혁 감독님이 통화를 하며 ‘뭐야? 살살해’라고 불평하기도 하고 저는 저대로 ‘거긴 분위기 어때?’라거나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라면서 대화를 하고는 했어요”
◆ 배역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김소연은 박재경 역할을 연기하며 작품 속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장담했다. 메인 캐릭터에 목숨 걸기보다는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역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이제 비중보다는 “인물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투윅스’는 깨달음만큼 연기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다.   
“연기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정말 착실히 준비했음에도 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인물이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막상 보면 아닐 때도 있었고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시점에서 보니 내가 스스로 스펙트럼 넓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액션 연기로 인해 바지에 자주 구멍이 뚫려 난감했지만 김소연은 이준기를 비롯한 남자 배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또 극 중 조서희의 시점으로 빙의해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는 “끝나자마자 (소속사) 대표님이 전화가 오셨다. 소름이 끼쳤다더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하지?’하면서 어리둥절했죠. 대본이 나오고 바로 다음날 촬영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김혜옥 선생님이 연기하신 걸 찾아봤어요. 보다 보니 문일석에게 소리를 치신 게 있더라고요. 리허설 때 너무 쑥스러웠어요. 진짜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슛이 들어가고 감독님이 단계별로 잘 잡아 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 상 주고픈 이준기, 롤모델 조민기  
김소연은 함께 한 배우들이 모두 ‘주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었다며 치켜세웠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유쾌한 배우들 덕에 최고였다고. 그는 주인공 이준기에 대해 진심어린 칭찬을 해 보였고, 오랜 인연인 선배 배우 조민기를 롤모델로 꼽았다.
“준기는 정말 다시 봤어요. 함께 작품을 하기 전에는 누구나 생각하는 그냥 인기 많고 연기 잘하는 그런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어느새 남자 얼굴이 돼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도 놀라고, 현장 태도를 지켜보면서도 놀라고 끝까지 절 놀라게 했어요. 저보다 어린데 참 배울 점이 많은 배우인 것 같아요. 지켜본 사람으로서 연말에 상을 받게 되면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신이 민기오빠와 하는 신들에 많이 있었어요. 사실 제 롤모델이 민기 오빠에요. 오빠와는 SBS ‘도시남녀’ 때 친동생으로 나온 인연으로 15년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항상 주인공이셨고 지금도 주인공보다 더한 포스를 뿜어내며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고 계시죠. 그런 것을 보면 저도 오빠 정도 나이가 됐을 때 저런 포스를 내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요”
숨 돌릴틈 없는 '투윅스'를 거쳐온 김소연은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더 작품에 욕심이 생긴다며 의욕을 보였다. 빨리 또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단다. 아직까지 연애 보다는 연기에 더 관심이 가는 상황. '로얄 패밀리'의 염정아가 맡은 역할이나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같은 모습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과 실력이 고루 비례한 이 여배우의 행보가 더욱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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